문화재청은 1일 “우리의 남북역사학자협의회, 북한의 문화보존지도국 등과 함께 5월 18일부터 7월 13일까지 만월대 터 서쪽 3만 m²를 시험 발굴한 결과 왕의 중요 업무공간인 정전(正殿) 터 등 대형 건물터 29곳을 비롯해 대형 축대 4곳, 각종 명문이 찍힌 기와, 원통형 청자 등 유물 800여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발굴은 개성역사지구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정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의 하나로 이뤄졌다.
발굴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약 2m 높이의 축대를 쌓은 뒤 그 위에 동서 31.8m, 남북 13.4m의 평면 아(亞)자형으로 배치한 대형 건물의 터. 높은 축대 위에 건물을 세운 데다 회랑을 둘러싼 형태임이 확인됨으로써 29곳의 건물터 가운데 가장 권위 있는 정전 건물이었을 것으로 문화재청은 추정했다.
문화재청은 또 5개의 예단(禮壇) 기초 시설이 확인된 가건물 터의 경우 5대 왕의 초상화를 봉안했다는 경령전일 것으로 추정했다. 경령전은 축대와 회랑으로 다른 건물터와 분리되어 있어 고려왕궁 내 제의 공간과 일상 공간이 구분됐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출토된 도자기는 대체로 12, 13세기 전북 부안과 전남 강진 가마 생산품일 것으로 추정됐다.
문화재청은 올해 하반기 남북한 공동으로 추가 발굴을 실시한 뒤 내년부터 본격적인 발굴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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