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 되었으니 깊은 책도 좋겠다. 좋은 교사를 만나는 것은 학생에게 가장 큰 복이다. 책 중의 책, 고전을 스승으로 만들어 보자. 스스로에게 ‘내가 달라진 느낌’을 선물할 뜻 깊은 기회다.
오늘은 루소의 ‘사회계약론’이다. 독일의 철학자 헤겔의 말처럼, 이 책은 근대의 문을 연 프랑스혁명의 사상적 기둥으로 평가받는다. 시대를 앞서 달려갔던 과감한 사상의 밑그림이니 혹시 난해하지는 않을까. 이 책에서 도움닫기를 도와줄 저자의 친절한 안내를 따라가 보자.
먼저, 루소의 사상은 인간 모두가 평등하다는 데서 출발한다. 원래 자연에서 흩어져 살던 사람들은 평화로웠으나 미약한 존재였다. 개인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그 어느 시점에서 공동체를 만들었으리라. 개인들은 작은 자유를 버리고 큰 자유를 얻으면서 자연인에서 사회인이 되었다. 루소가 본 인간 사회는 주권을 가진 시민들이 약속으로 만든 국가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루소가 살았던 18세기, 권력은 절대 왕정과 귀족 영주의 것이었다. 어떤 사람은 주인이고 어떤 사람은 재산이었다. 누구는 지배자가 되어 사치를 누리고, 누구는 복종하면서 가난과 비참 속에 살아야 했다. 그러나 사회계약은 개인을 희생하겠다는 약속이 아니라 누구나 주인으로서 맺은 계약이었다. 이 책이 혁명의 도화선이 된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오늘날에도 루소의 사상이 의미가 있을까. ‘일반 의지’는 루소의 핵심 개념이다. 이것은 사회 전체에 이익이 되는 공동의 의지이다. 개인이건 정부건 자신에게 불리할지라도 사익을 앞세우지 말고 공동체에 가장 이로운 선택은 무엇인가를 물어야 한다. 거대한 파벌에 휩쓸려서도 안 되고 다수결을 무조건 옳다고 여겨서도 안 된다.
우리 사회에 물어보자. 비정규직 문제, 교육 문제, 부동산 문제 등 복잡하게 얽혀 있는 집단 간 갈등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우리들은 선거를 치를 때에 당파보다 공동체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후보를 깊이 생각하고 선택하는가. 또한 자기를 헌신하며 공익을 위하는 사람들에게 유별나다며 눈 흘기고 있지는 않은가. 고전은 시대의 담장을 넘어섰기에 고전이다. 루소의 사상은 오늘날에도 따끔한 죽비를 내리친다.
어느 철학이건 시대에 답하면서 성장한다. 이 책에서 루소를 낳은 시대의 고통과 인간적 번민도 함께 느껴 보길 바란다. 그가 삶으로 받아들인 내면의 성찰을 공감할 때, 내 정신의 호흡도 한층 깊어질 것이다.
권희정 상명대부속여고 철학·논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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