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 찬란한 여름밤 20선]<1>코스모스

  • 입력 2007년 8월 14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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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코스모스의 일부이다. 이것은 결코 시적 수사가 아니다. 인간과 우주는 가장 근본적인 의미에서 연결돼 있다. 인류는 코스모스에서 태어났으며 인류의 장차 운명도 코스모스와 깊게 관련돼 있다.”―본문 중에서》

광대한 우주, 영겁의 시간, 거기 외로운 작은 한 점 지구, 그리고 그 위의 인류. 우주는 언제 어떻게 생겨나 어디로 가는가? 인간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유난히 끈적이는 올여름, 지적인 일상 탈출을 꿈꾸는 당신에게 ‘우주와 인간의 본질’에 관한 본원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 한 권의 책을 소개한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출간한 지 채 30년이 안 됐지만 이미 현대천문우주학 교양서의 고전이 된 책이다. 우주에 관한 인식의 지평이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넓어진 지난 30년. 1년 사이에도 수십 개의 이론이 명멸을 거듭하는 현대천문우주학의 발전 속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세계 60여 개국 600만 독자에게 감동을 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코스모스’에서 천문우주학, 생물학, 인문학을 전공한 해박한 지식으로 ‘우주와 그 안의 천체’, 그리고 ‘지구와 그 위의 인류’를 넘나드는 지적인 여행을 안내한다. 영겁의 시간을 지켜온 광막한 우주와 그 앞에 보잘것없이 왜소한 우리 인류. 이 둘 사이를 과학적으로 연결해 내는 ‘코스모스’적 상상력은 차라리 문학작품에 가깝다. 이미 한 세대 전, 이제야 막 꽃이 핀 외계행성연구에 대한 미래적 상상을 써내려간 부분에서는 예언자적 풍모마저 느껴진다. 누가 말했던가, 우주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광활한 상상력’이라고. 영화화된 소설 ‘콘택트’를 비롯해 여러 편의 대중교양서를 저술한 그의 화려한 언변과 잘 읽히는 문체는 ‘코스모스’에도 고스란히 살아 있다.

‘코스모스’에서 독자들은 우주의 기원과 운명에 관한 질문과 천문우주학적 답변, 우주의 신비로운 모습과 그 뒤에 숨은 과학적 진리의 아름다움, 외계생명체의 존재 가능성과 인류의 끊임없는 탐사과정 등을 만나게 된다. ‘코스모스’가 안내하는 우주여행에는 일상에서 건조해진 두뇌를 상상력으로 적셔줄 많은 얘깃거리가 있다. 하늘의 무수한 별도 ‘생로병사’의 일생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수천억 개에 이르는 은하 하나하나도 사생활이 있다. 지난 140억 년간 별과 은하가 만들어 놓은 원소들로 오늘 나의 몸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아는가!

아쉬운 점은 이 책에서 천문우주학 최신의 첨단이론까지 기대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고전’은 변하는 지식보다 불변하는 본질을 담기 마련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는 우주적 관점에서 인간의 본질을 간파한 저자의 감동을 읽게 될 것이다. 저자는 ‘코스모스’를 아내에게 바치며 이렇게 썼다. “광대한 공간과 영겁의 시간 속에서 한 행성 위의 한 생애를 앤과 함께할 수 있어 기쁠 따름이다.”

우주가 감동스러워 우주를 꿈꾸었고, 인간이 소중해 인간을 사랑했던 칼 세이건. 평생 우주시민으로 살았던 그는 1996년 골수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나, 진정한 우주의 일원이 됐다. 인류를 비로소 인류답게 만드는 놀라운 지적 유산이 담긴 책. 이것이 ‘코스모스’가 사랑받는 더 정확한 이유다.

윤석진 연세대 교수 천문우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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