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전통무기체험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문화재보호재단 기획전시실. 전시품 중 조선 총통의 하나인 별황자총통 복제품(사진)도 있었다.
전쟁기념관에서 빌려왔다는 복제품을 살펴보다가 눈을 의심했다. “귀함황자경적선 일사적선필수장(龜艦黃字警敵船 一射敵船必水葬).” ‘거북선 별황자총통은 적을 놀라게 하고 한 발만 쏴도 적선을 침몰시킨다’는 뜻으로 1992년 가짜 총통에 붙어 있던 명문이었다. 그런데도 전시안내문은 일반적인 별황자총통이라고 설명하고 있었다.
전쟁기념관의 한 관계자는 가짜의 복제품을 대여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형태가 여느 조선 별황자총통과 같은 데다 전시 취지가 진품을 보여 주기보다 총통의 ‘일반적인 형태’를 보여 주는 것이어서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왜 이것이 문제가 되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리기도 했다.
그러나 문화재 전문가들은 설사 ‘일반적인 형태’를 보여 준다 해도 당대 진짜 유물을 복제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형태가 유사하다는 이유로 ‘조작 사건’의 복제품을 전시한다는 것은 문화재 전시의 기본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지적이다.
당시 정황을 아는 관람객은 그 명문을 보고 조작 사건을 떠올릴 것이고 사정을 모르는 관객들은 진짜 거북선 별황자총통이 발견된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이 관객들에게 어떤 설명을 해줄 것인가?
아무리 복제품 전시라고 하지만, 가짜를 복제해 놓고 마치 진짜 같은 안내문을 붙이는 것을 ‘일반적인 전시’ 형태라고 할 수는 없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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