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로 돌아온 세공사가 보석이 없어진 것을 알고 노발대발했음은 물론이다. 결국 스님이 훔친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닦달을 했지만 스님은 “내가 훔치지 않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화가 난 세공사가 스님을 묶어놓고 피가 낭자할 때까지 몽둥이로 온몸을 때렸지만 그래도 스님은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던 세공사는 스님에게서 흘러나온 피를 보고 달려드는 거위를 힘껏 걷어차 결국 거위가 죽게 되었다. 그 거위가 죽은 것을 확인한 스님은 “실은 그 거위가 보석을 삼켰소”라며 그제야 진실을 알려 주었다. 거위의 배를 갈라 보석을 찾아낸 세공사가 백배 사죄하였지만 그 스님은 이미 회생이 어려울 정도로 맞았기 때문에 얼마 안 되어 세상을 떠났다.
죽음에 이를 정도로 얻어맞으면서도 그 스님은 새 한 마리를 살리려고 “저 새가 보석을 삼켰다”는 말을 끝까지 하지 않았다. 그 말을 하면 세공사가 거위를 죽여 보석을 빨리 찾으려 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거위의 죽음을 확인하고 나서야 사실을 밝힌 이 스님은 바보일까.
우리는 역사상 수많은 성인과 위인이 다른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자기를 희생했던 이야기를 기억하고, 그래서 그분들을 존경한다. 그러나 자기 목숨을 희생하면서까지 새 한 마리를 살려보려고 했던 이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어쩌면 바보처럼 보이는 이 스님과 같은 사람이 많아지는 날, 이 세상은 정토가 될 것이다.
유정 스님·천태종 교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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