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 찬란한 여름밤 20선]<4>아름다운 밤하늘

  • 입력 2007년 8월 17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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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수명은 가장 짧게 사는 별들의 수명에 비교할 때에도 무척 짧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별들의 죽음과 깊은 관련을 갖고 있다. 별의 죽음이 없었다면 여러분과 나 그리고 새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본문 중에서》

“우리는 밤의 자식들이다. 인류는 산업 스모그나 인공 빛에도 전혀 희미해지지 않는 찬란한 별빛 아래서 진화했다. 기나긴 어둠의 시간 동안은 잠을 자거나 머리 위에서 아름답게 움직이는 무수한 광점들을 지켜보며 경탄하는 것 이외엔 별로 할 일이 없었다. 우리 조상들은 이러한 별들을 보면서 희망을 갖기도 하고 공포를 느끼기도 했다.”

오랫동안 대학에서 천문학 강의를 해온 쳇 레이모의 ‘아름다운 밤하늘’은 이렇게 시작한다. 이 책을 읽을 때면 언제나 아련한 추억 하나가 밤하늘 6등급 별처럼 솟아오른다.

민방위 모자를 쓰고 ‘불 꺼’를 연방 외치던 완장 찬 아저씨의 목소리가 기억난다. 그땐 언제나 아파트 옥상으로 달려갔다. 가상 공습에 대비해 온 나라의 불을 끄는 훈련을 정기적으로 하던 시절이었다. 소리가 다급해지면 가슴이 뛰었다. 옥상 한가운데 드러누워 다가올 재회(再會)를 기다렸다.

드디어 모든 전깃불이 꺼진다. 그 순간 수줍게 움츠렸던 별들이 크리스마스 전구의 점화처럼 한꺼번에 몰려왔다. 다시 전깃불이 켜지고 일상으로 돌아갈 때까지 그저 멍하니 밤하늘 별들을 바라봤다. 머나먼 조상들이라도 만난 듯이 가슴 벅차게, 때로는 막연한 두려움에 휩싸여….

‘아름다운 밤하늘’은 참 예쁜 책이다. 추운 겨울밤, 오리온자리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밤 하늘의 별자리 이야기로 쉴 새 없이 이어진다. 별자리 이야기 사이로 우주의 탄생과 진화, 그리고 종말에 대한 우주론 이야기가 펼쳐진다.

우주의 구성원인 은하와 별의 탄생과 진화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도 쉬운 문체로 풀어냈다. 마치 한 편의 동화나 문학 에세이 같다. 비구름 사이로 보일지도 모르는 별똥별을 보려 몸이 흠뻑 젖는 것도 감수하며 밤을 새우는 쳇 레이모의 밤하늘에 대한 열정. 여기에 학창 시절 일산천문대로 관측 여행을 다닌 옮긴이의 감흥이 함께 어우러져 전해지기 때문이리라.

이 책이 나온 뒤 또 많은 발견이 있었다. 암흑 에너지는 천문학의 가장 큰 이슈가 되었다. 질량이 없다고 했던 중성미자는 질량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시니 탐사선은 멋진 사진들을 보내오고 있고, 명왕성은 왜행성이 되어 버렸다.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 책도 ‘낡은 책’이 되었다. 그러나 단지 거기서 멈추진 않는다. 새로운 발견이 주는 감흥과는 또 다른, 갈수록 깊게 익어가는 와인 같은 매력이 ‘아름다운 밤하늘’에 점점 더해간다.

마침, 22일 오후 9시부터 5분 동안 전등을 끄는 ‘에너지의 날’ 행사가 열린다고 한다. 어떤가. 전등을 끄고 서울시청이건 어디건 가까운 거리로 뛰쳐나가 보는 건. 한 번쯤 밤의 자식이 되어 보자. 밤하늘의 비밀을 찾아 떠나 보자. 아름다운 밤하늘을 찾아….

이명현 연세대 천문대 교육전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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