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낚고 낚이는 세상…新강태공의 낚시질 당신을 노린다

  • 입력 2007년 8월 17일 03시 02분


《한 마리의 싱싱한 잉어. 입맛을 다시며 매운탕을 생각하는 사람도, 한 밤에 찌를 바라보다 낚아채는 짜릿한 손맛을 떠 올리는 사람도 있을 게다. 하지만 웃음을 참지 못해 킥킥거리는 무리도 있다. 잉어가 ‘마빡이’라도 되는가. ‘신(新) 강태공’은 잉어만 보면 미묘한 표정을 짓는다.

이들은 잉어를 잡듯이 인간을 낚는다. 미끼는 갖가지 속임수(Fake)다. 이들의 ‘떡밥’을 덥석 물어 발버둥거리는 사람들은 “앗, 또 낚이다니…”라고 비명을 지른다. 이들의 낚시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누구든지 낚여만 다오.

‘속았다’라는 뜻으로 퍼진 유행어 ‘낚였다’는 말 한 마디에 오히려 희열을 느끼는 신 강태공, 이들의 논리는 기본 논리는 단순하다. ‘어차피 속고 속이는 세상, 낚고 낚이는 세상 아닌가…’

‘양치기 소년’을 읽고 자란 세대들은 거짓말이나 속임수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속임수가 엄연한 문화의 키워드가 된 세상이다. 낚시에 걸려 파닥거리는 잉어를 보며 모두 같이 외친다.

오늘도 한 번 속이고 속아보자고….》

# 新강태공론 fake1

○ 리얼리티는 속임수의 기본

영업용 택시운전사 A 씨. 얼마 전부터 귀가 시간이 부쩍 늦다. 이를 수상히 여긴 A 씨의 부인 B 씨는 한 방송사에 의뢰해 A 씨의 뒤를 밟았다. 그 결과 모 술집 여성과 함께 있는 A 씨를 발견했다. B 씨는 이들이 함께 있는 경기 남양주시의 모처에 들이닥쳤다. 긴장감이 팽팽히 고조됐다. 경찰을 불러야 할까? 이곳은 케이블 채널 tvN의 ‘독고영재의 현장르포 스캔들’ 다음 주 방송분 촬영 현장이다. 이 프로그램은 가상의 사건을 마치 실제 사건처럼 재구성하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즉 가짜 다큐멘터리다.

“속임수 그 자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얼마나 리얼하게 현장을 재구성 하냐죠.”

이 프로그램을 만드는 박찬욱 PD는 사실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시사프로그램 출신 PD 5명이 다루는 주제는 불륜. 흥신소나 가정상담소, 이혼 전문 상담 변호사 등을 통해 소재를 구하고 있다. 택시운전사 불륜사건을 만들기 위해 이들은 택시운전사들의 교대시간, 은어, 한 달 수입 등을 연구했다. 가짜 다큐멘터리지만 왜 사실성에 목을 매는 걸까.

“’짜고 치는 고스톱이다’, ‘속았다’는 등의 비판도 받지만 시청자들은 드라마에서 얻지 못하는 짜릿함을 원하더라고요. 진짜 같은 리얼한 가짜 다큐멘터리…. 시청자들도 그 순간만큼은 몰입할 수 있거든요.”

“1주일 촬영 기간은 내 삶인지 아닌지 헷갈린다”는 재연배우 손윤상 씨. 주로 ‘내연 남’을 연기하는 손 씨는 사실감을 자아내기 위해 대본보다 촬영 당시 ‘애드리브(즉흥연기)’에 의존하는 편이다. 감정이 고조됐을 땐 자신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고 주먹을 휘두른다.

“시청자들은 제 연기를 보며 ‘세상에 저런 사람들도 있구나’ 하고 생각하죠. 일반 드라마에서는 접할 수 없는 묘한 긴장감을 즐기면서 카타르시르를 느낀다고나 할까요.”

# 新강태공론 fake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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