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푸드]여름철 대표적 제철 과일 복숭아 vs 포도

  • 입력 2007년 8월 17일 03시 02분


《‘하루에 다섯 번(Five a day).’

다섯 가지 이상의 과일과 채소를 매일 다섯 접시 이상씩 먹자는 운동의 슬로건이다.

이 운동은 1991년 미국에서 암과 각종 성인병을 예방하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현대인의 주목을 끌고 있는 참살이(웰빙)의 시작은 제대로 된 먹을거리다.

예방의학자들은 ‘과일을 먹지 않고 암이 예방되기를 바라는 건 불을 지피지 않고

방이 따뜻해지기를 바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한다.

아무리 몸에 좋고 맛있다 하더라도 먹는 법이 있게 마련이다.

건강을 위해 매일 먹어야 하는 과일을 좀 더 잘 골라 맛있게 먹을 수는 없을까.

입맛이 까다로워진 현대인들은 ‘맛있는 참살이’를 추구한다.

여름철 대표적 제철 과일인 복숭아와 포도.

농촌진흥청 원예연구소 박사들에게 이들 과일의 ‘A to Z’에 대해 들어봤다.

최신 품종과 품종별 맛의 특징, 날씨에 따른 맛의 변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보관 방법 등을 알아보자.》

‘복숭아’ 수확 전 10일 햇볕 받아야 최상의 맛

‘포도’ 일교차 큰 지역서 자라야 당도 최고

○복숭아-날씨에 민감

서울 가락시장 상인(중도매상)들 사이에서는 ‘복숭아는 광복절, 포도는 초등학교 개학 때’라는 말이 나돈다. 이때가 가장 맛이 있는 시기라는 뜻이다. 올해는 8월 초순에 흐린 날이 많았기 때문에 제 맛 나는 시기가 다소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복숭아는 날씨에 가장 민감한 과일 중 하나다. 한 가게에서 같은 가격에 같은 품종을 샀더라도 맛이 천차만별인 이유다.

원예연구소 김성종 연구사는 “복숭아는 수확기에 하루만 비가 내려도 당도가 4∼5도씩 떨어지는 품종이 있다”고 말했다. 수확 전 10일가량 산지에 햇볕이 잘 들었다면 최상의 맛을 낸다.

복숭아는 크게 과육이 단단한 것과 무른 것으로 나뉜다. 신선한 맛을 즐긴다면 단단한 것이 좋고, 풍부한 과즙과 단맛을 즐긴다면 무른 것이 제격이다.

복숭아는 딴 뒤에 익는 ‘후숙 과일’이 아니다. 가게에서 산 뒤 가능한 한 빨리 먹는 것이 맛있게 먹는 첫걸음이다. 원예연구소 저장이용과 홍윤표 연구사에 따르면 단단한 복숭아는 섭씨 8∼10도, 무른 복숭아는 섭씨 11∼13도로 보관했다 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 찬 맛을 즐기기 위해 냉장고에 오래 놓아두면 맛을 놓치기 십상이다.

최신 품종으로는 8월 중하순에 나오는 ‘진미’가 있다. 당도가 높은 품종이며 비가 왔더라도 당도 저하가 덜한 것이 특징이다.

○포도-밤 기온 낮은 산지가 좋아

포도는 일교차가 큰 지역에서 자란 것일수록 당도가 높다. 밤 기온이 20도 이하로 떨어져야 포도나무가 호흡량이 줄면서 낮 동안 광합성 활동으로 생산한 양분을 당으로 저장하기 때문이다. 산간지역이나 찬바람이 부는 해안의 포도가 인기 있는 이유다.

시장에 가보면 알이 굵은 거봉처럼 생기고 씨가 없는 포도가 있다. 이는 시중에서 ‘대봉’으로 불린다. 전문가들은 대봉을 거봉과 같은 종류로 취급한다. 지베렐린 호르몬 처리를 하면 씨는 없어진다.

거봉 중에는 약간 붉은빛이 도는 것이 제법 많다. 이런 것을 ‘다 익은 상태’라고 말하는 상인도 있지만 거봉도 다 익으면 일반 포도와 같이 검은색에 가깝다.

원예연구소 윤해근 연구사는 “거봉은 원래 신맛이 덜하기 때문에 약간 붉은빛이 돌아도 먹을 만한 게 많다”면서 “색상이 짙어야 제대로 익은 상태”라고 말했다.

최신 품종으로는 흙구슬과 홍이슬이 있다. 흙구슬은 알의 무게가 보통 포도 알의 2배가량 되는 30g이다. 당도가 17∼18도까지 나올 정도로 달콤한 맛이 강하고 산미도 약간 있어 신선한 맛이 난다. 홍이슬은 캠벨얼리와 크기뿐만 아니라 맛도 비슷한다. 붉은색을 띄는 것이 특징이다. 포도를 선물할 때 홍이슬과 캠벨얼리, 청포도를 함께 담으면 예쁜 모양을 낼 수 있다. 홍이슬은 8월 말∼9월 초, 흙구슬은 9월 초에 주로 나온다. 캠벨얼리는 강원 철원에서 9월 중순까지도 나온다.

포도의 가장 맛있는 저장 온도는 섭씨 7∼8도다.

○맛있는 복숭아와 포도를 고르려면

연노란빛이 많이 도는 복숭아가 있다. 백도(白桃)라고 불리기 때문에 하얀빛이 나야 맛있는 걸로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어떤 품종이든 밝은 붉은빛이 도는 부위가 많을수록 제대로 익은 것이다. 오래 저장하기 위해 복숭아를 일찍 따는 경향이 있다. 일찍 딴 복숭아일수록 붉은색이 덜하다.

복숭아의 한쪽 반구(半球)에 있는 봉합선이 선명하고 좌우 대칭이 잘 맞으면 과육에 양분 공급이 잘되었다는 증거다.

소비자들은 알이 굵은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지만 전문가는 굵은 것을 권하지 않았다. 개당 무게가 350∼400g까지 나가는 것도 있지만 280∼300g으로 성인 주먹만 한 크기가 가장 적당하다. 특히 꼭지에서 보았을 때 타원형의 모양인 굵은 복숭아는 씨가 쪼개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 복숭아는 맛이 떨어진다.

가락시장에서 복숭아 경매만 15년째인 정우희 서울청과 부장은 “탄력 있고 신선한 기운이 감돌아야 좋은 복숭아”라며 “날씨가 나쁠 때는 반드시 맛을 본 뒤 구입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가락시장에서 인기 있는 복숭아 재배자는 충북 음성군의 왕대작목반이다. ‘왕대’라는 브랜드가 붙어서 출하되는데 다른 복숭아에 비해 평균 40% 이상 낙찰가가 높게 책정된다.

포도는 착색이 잘되어 까맣게 익은 것이 좋다. 너무 큰 것보다는 포도송이 길이가 20cm가량 되는 것이 알맞다. 포도 알과 알 사이의 간격은 둥근 모양이 제대로 나올 정도로 느슨한 것이 좋다. 송이가 너무 크거나 포도 알이 너무 많이 달려 있으면 양분이 골고루 공급되지 않았을 개연성이 있다. 잘 알려진 이야기지만 포도는 송이 끝부분의 알이 달면 전체가 달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포도와 복숭아 색다르게 즐기려면…

여름 제철 과일인 포도와 복숭아를 색다르게 즐기는 방법은 없을까.

그랜드힐튼호텔 김국진 조리장과 양원준 테라스라운지 지배인이 복숭아와 포도를 이용한 드레싱과 칵테일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 복숭아 드레싱

녹색의 야채 위에 구운 닭가슴살과 오렌지, 토마토, 복숭아, 올리브, 새싹 등을 올린 뒤 복숭아 드레싱을 얹어 주면 향긋한 복숭아 향을 즐길 수 있다. 복숭아 드레싱은 복숭아 3개, 식초 30mL, 올리브 오일 100mL, 꿀 50mL, 소금과 후추를 약간 넣어 믹서에 갈아 주면 된다.

# 포도로 만드는 ‘블랙 포이즌’

포도를 이용한 칵테일이다. 포도 4알 정도로 즙을 짜둔다. 여기에 보드카 1.5온스를 넣는다. 1온스는 부피로는 약 30cc에 해당하고 집에 있는 위스키 1잔 분량으로 생각하면 된다. 레몬주스 0.25 온스, 그랑마니에르(프랑스 리큐어) 0.5온스를 넣고 믹서에 살짝 간다. 컵에 담고 예쁘게 장식한다.

b> # 복숭아로 만든 ‘드림 오브 피치’

복숭아 반 개를 믹서에 간다. 여기에 복숭아 리큐어 1온스, 레몬주스 0.25온스, 파인애플 주스 4온스를 넣고 다시 간다. 컵에 담아 장식 하면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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