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시대를 재는 잣대, 하나로만 가능한가

  • 입력 2007년 8월 2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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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시대를 비타협적으로 비판해 왔던 두 명의 진보 학자가

박정희에 대해 엇갈린 시각을 담은 연구서를 나란히 냈다.

조희연(사회학) 성공회대 교수와 김수행(경제학) 서울대 교수가

그들이다. 조 교수는 박정희 시대에 대한 비판 일색의

진보 담론을 극복하자고 했고, 김 교수는 박정희 시대의

명암을 보려는 ‘재평가’ 움직임에 대해 정면 비판했다.》

조 교수는 역사비평사에서 20권으로 기획된 ‘20세기 한국사’ 총서 중 하나로 나온 ‘박정희와 개발독재시대’에서 박정희 시대에 대한 저항운동의 관점에서 벗어나 그 시대의 복합성과 모순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긴급조치 세대인 그는 서문에서 그 시대에 몸으로 치열하게 산 개인적 경험을 근거로 박정희 시대를 판단하는 데 총체성이 결여됐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직접 경험한 ‘역사적 박정희’와 박정희 신드롬과 같은 현상으로 포착되는 ‘현대적 박정희’의 간극과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 박정희 시대의 폭압성과 국민적 저항을 강조하는 비판 일색의 기존 담론을 성찰하고 극복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진보 담론이 강조하듯 박정희 체제는 폭압적이었지만, 최근 ‘대중독재론’의 지적처럼 새마을운동의 지지자들이 보여 주는 ‘열광’도 함께 존재한다”며 “미국에 의존적이면서도 민족주의적 측면이 존재하고, 경제정책조차도 하나가 아니라 여러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발언은 조 교수가 2004∼2005년 계간지 ‘역사비평’을 통해 ‘대중독재론’을 주장한 임지현 한양대 교수와 치열한 논쟁을 펼쳐 왔다는 점에서 큰 변화를 보여 주는 것. 그는 대중독재론에 대해 “폭압과 저항을 강조하는 진보적 분석의 정반대 지점(보수적 관점)으로 이동한 것 아니냐”고 비판해 왔다.

조 교수가 이 연구서에서 박정희 체제를 전적으로 수긍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박정희 체제는 개발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모델이었지만 실상은 ‘위기의 모델’이자 조야한 폭력성으로 점철됐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도 조 교수는 우국충정의 박정희, 민족주의적 박정희, 재벌에 대한 국가적 통제를 시도했던 박정희, 그린벨트를 선포한 박정희라는 긍정적 측면을 강조하면서 박정희 모델을 답습하려는 우파 못지않게 대체 모델을 찾지 못하고 있는 좌파도 비판한다.

한편, 정통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을 대표하는 김수행 교수는 ‘박정희 체제의 성립과 전개 및 몰락’(서울대출판부)에서 박정희 시대의 개발과 독재를 빛과 그림자로 분리해 보는 박정희 재평가 움직임을 비판하고 나섰다. 박승호 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 학술연구교수와 공동집필한 책이다.

이 책은 “박정희 정권에서 확립된 ‘개발과 독재의 공생 관계’는 서민의 삶을 넉넉하게 한 게 목표가 아니라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 서민들을 희생시켰다”고 주장한다. 또한 그 연장선에서 박정희를 ‘지속불가능한 발전의 유공자’로 평가한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그 경제적 성취를 인정해야 한다는 이병천 강원대 교수의 개발독재체제론, 임지현 교수의 대중독재론을 비판한다.

김 교수는 이들이 박정희 체제가 불평등한 계급사회를 확립했다는 근본적 문제를 간과한 채 ‘자본주의 자체’를 문제 삼지 않는 ‘부르주아 민족주의’에 경도돼 있다고 지적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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