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 후 기
퇴직금으로 구입한 1톤 트럭
조수석에 나를 태우고,
비쩍 마른 북어 한 마리
이리저리 물살을 가르며
강변북로를 빠져나간다
작정이라도 한 듯
꼬인 실타래로 칭칭
트럭 운전대에 제 몸을 묶고
강바람 거슬러
거친 바다를 향해
헤엄쳐 나간다
내 몸은 내 것이 아니라고,
죽어도 눈 감지 않겠노라고,
안구건조증에 걸린
북어 한 마리
희멀건 두 눈 부릅뜨고
가속페달을 밟는다
- 시집 '종이는 나무의 유전자를 갖고 있다'(실천문학사) 중에서》
북어가 모는 트럭이었군요. 제법 신호도 지키고, 깜빡이도 잘 켜지만 가끔 접촉사고도 내는 것 보았죠. 젖고, 마르고, 덜 마르고, 얼고, 얼다 녹는 것에 따라 생태, 북어, 코다리, 동태, 황태로도 불리는 명태인데, 인생길도 저처럼 마르다 젖고 얼다가 풀리기도 하겠지요? 트럭뿐인가요. '내 몸이 내 것이 아닌' 북어들, 장차 북어가 될 어린 노가리들 먹여 살리려고 지하철로 버스로 달려가다 어깨를 부딪치며 묻지요. '너도 북어지?'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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