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은 늘 우리 안에 있다.’ 아주 오래전부터 인류는 별에게 소망을 빌었고(‘별’이란 말은 ‘빌다’에서 왔다고 한다) 별의 운행에 따라 농사짓고 앞날을 점쳤다. 어둠이 내리면 찬란히 덮쳐오는 무수한 빛 무리에 사람들은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으로 가슴을 떨었다. 우주 저 먼 곳에 대한 온갖 상상으로 밤이 깊어 가는 줄 몰랐다.
세상이 산업화되지 않고 인간이 도시로 몰려들지 않았을 때, 밤하늘 어둠 너머엔 언제나 새로운 세계로 향한 무수한 창이 열려 있었다. 그때는 누구나 거대한 우주 앞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했다. 하지만 온갖 대중매체와 산업시설에 갇혀 사는 현대인에게 별은 ‘별 관심 없는’ 먼 나라의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영국 천문학자인 이언 니콜슨이 쓴 ‘별’은 그렇게 잊혀졌던 별에 대한 모든 것을 들려주는 책이다. 밤하늘의 관찰부터 별자리, 별의 밝기와 거리, 별의 탄생과 죽음, 백색왜성, 붉은 거성, 블랙홀 등에 관한 얘기가 물 흐르듯 쏟아진다. 쉬우면서도 깊이를 잃지 않는 별 이야기가 술술 풀려나온다. 두껍지 않은 책 속에 이렇듯 다양한 이야기가 담긴 것은 그의 천문학의 깊이를 짐작케 한다.
인간에게 별은 무엇인가. 태고적부터 품어온 가장 커다란 의문은 이 거대한 우주가 어떻게 생겨났으며 그 안의 무수한 별들은 무엇인가 하는 것이었다. 인간의 지혜 또는 정신의 최고 정점은 우주를 이해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모든 과학은 궁극적으로 별이 무엇인지 알려고 하는 가운데 발전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예부터 사람들은 태어나고 죽는 뭍 생명들의 유한한 삶과 달리 반짝이는 별에서 영원성을 발견했다. 영원성은 지고의 가치였고 숭배의 대상이었다. 신들의 이름이 붙은 별자리를 만들고 온갖 신화를 창조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지난 70, 80년 사이 과학자들은 우주가 영원하지 않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우주는 원자보다 작은 덩어리의 폭발로 태어난 이래 지금까지 약 130억 년을 팽창해 왔다. 그런 우주가 계속 팽창할 것인가, 수축해서 처음 폭발의 단계로 돌아갈 것인가. 어쨌든 결국 우주도 죽음에 이를 것임에는 틀림없다. 그 안에 있는 별도 마찬가지다.
우주에 대한 지식은 이전의 수천 년보다 최근 몇십 년 동안 알아낸 것이 더 많다. 그러나 알면 알수록 우주는 더 많은 신비를 전해준다. 아인슈타인은 “신비를 느끼는 건 자연이 인류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라 말했다. 우주는 늘 신비를 채워주는 맑은 샘물이다. 이언 니콜슨의 ‘별’은 그 샘물이 숨겨진 자리를 알려준다.
박용기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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