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집은 어떤 의미일까? 주거문화의 변화로 아파트가 늘어나면서 집의 가치는 흔히 평수와 가격으로 환산되곤 한다. 그래서 언젠가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 줍니다”던 광고 문안처럼 집은 경제력이라는 테두리 이상의 무엇이 아닌 듯하다. 이제 규격화하고 표준화된 집에서 집주인의 생각은 찾을 수 없다. 집에 생각을 맞추며 사는 시대가 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집은 단순히 건축학적인 구조물만은 아니었다. 집은 자연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싸움의 결과였고, 그 때문에 한 민족 혹은 한 나라의 고유한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생활문화의 모든 것이었다. 버젓이 사람이 살고 있는 집에서 이 책이 ‘사람’을 찾는 이유다.
안으로 열리는 우리네 문과 밖을 향해 열리는 서구적 건축 양식에는 어떤 사고의 차이가 담겨 있을까? 울타리는 사라지고 벽만 남은 아파트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할머니의 이야기 속에서 집안의 부엌을 지키는 조왕 할머니와 변소각시의 대립과 충돌이 뜻하는 바는 또 무언가?
대문, 마당에서 지붕과 우물 그리고 다시 창문과 방을 넘나들며 이 책은 우리의 집 속에 담긴 의미를 찾는다. 한옥의 부분들이 왜 그렇게 만들어졌는지 그 이유를 따지고 또 이것과 저것의 차이를 곰곰 생각해 보면 우리가 몰랐던 인과관계와 함께 눈에 보이지 않는 선인들의 문화와 철학도 드러난다.
사람 살아가는 소리가 차단된 채 박제된 풍경만 있는 창. 지금은 찾을 수 없지만 자연적 공간에서 장차 살아갈 사회를 연습시키던 골목길. 냉방을 위한 남쪽의 마루와 난방을 위한 북쪽의 구들이 한 건물 안에 나란히 놓인 상반된 조화 등등.
어린 시절의 회상 속에서 저자는 현재의 우리 모습을 반성하고 미래의 삶을 다지고자 한다. 나아가 저자는 문명과 과학으로, 또 편리성과 합리성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무엇인지를 묻는다. 그것은 그저 아련한 향수인지, 아니면 선인들이 가지고 있던 문화와 철학, 무엇보다 우리들 자신의 개성은 아닌지 돌아보자고 한다.
집은 물질로 이루어졌지만 한편으로 집주인의 정신이 남김없이 배어 있는 것이기도 하다. 집의 규모와 집을 꾸민 것들이 자신을 이야기한다는 믿음은 내가 집의 주인이 아니라 집이 나를 결정한다는 우스꽝스러운 생각이자 극도로 발달한 자본주의의 표현일 뿐이다. “메추리 암만 작아도 대붕이 부럽지 않네”라는 이규보의 굳은 심지에서 우리가 배울 것은 무엇일까?
문재용 서울 오산고 국어교사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