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8월 20일자 미국 뉴욕타임스는 스웨덴의 획기적인 ‘교통 실험’에 주목했다. 스웨덴 정부는 300여 년간 내려온 좌측통행 전통을 우측통행으로 바꾸기로 했다. 우측통행 시행 첫날인 9월 3일을 ‘H 데이’(스웨덴어로 ‘다겐 H’)로 잡았다. H는 스웨덴어로 우측통행(H¨ogertrafik)’의 머리글자.
일요일인 ‘다겐 H’ 오전 4시 45분.
스웨덴의 모든 도로에서 차량들이 일제히 멈췄다. 5분 후 좌측통행 차선에 있던 자동차들이 조심스럽게 차선을 오른쪽으로 바꿨다. 오전 5시 차량들은 사상 처음 우측통행을 시작했다. 300여 년간 내려온 좌측통행 전통이 바뀌는 데는 1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 제도가 1963년 의회를 통과하기까지는 무려 40년이 걸렸다. 스웨덴 정부는 노르웨이 등 이웃 국가들이 우측통행을 하고 있다는 점과 스웨덴에서 좌측통행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빈발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국민을 설득했다.
의회의 동의를 얻은 스웨덴 정부는 ‘우측통행위원회’를 만들어 4년간 체계적인 준비를 했다. 심리학자까지 동원해 우측통행 교육프로그램을 만들고 국민을 대상으로 우측통행 홍보에 나섰다.
정부는 ‘H 데이’를 상징하는 알파벳 ‘H’를 응용해 차선 변경을 상징하는 ‘다겐 H’ 로고를 제작하고 각종 기념품까지 배포했다. 당시 스웨덴에서는 ‘다겐 H’ 로고가 새겨진 여성용 속옷까지 나올 정도였다.
우측통행이 시행된 ‘다겐 H’의 이튿날 스웨덴에서는 130∼196건이 일어나던 월요일 교통사고가 125건으로 줄었다. 평소보다 교통사고가 감소한 것이다.
“한국에서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신속하게 정책이 수립된다. 하지만 원칙도 계획도 없는 졸속정책이 대부분이다.”
이성용 베인앤컴퍼니코리아 대표는 저서 ‘한국을 찾아라’에서 “한국인들은 ‘대충대충’이라는 문화에 익숙해 완벽하거나 원칙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민적 합의를 위해 40년간 기다리고, 4년간 철저하게 준비한 스웨덴의 ‘다겐 H’ 프로젝트를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유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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