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의 ‘신서’, 이탁오 ‘속분서’ …두 중국지식인 저서 출간

  • 입력 2007년 9월 4일 03시 05분


유교를 통한 시대 개혁을 꿈꿨던 한대의 사상가 가의(賈誼·기원전 200∼기원전 168)와 유교의 폐단을 비판하며 그 극복을 주창한 명말의 사상가 이탁오(李卓吾·1527∼1602). 유교가 국가이념화하던 시대와 탈유교 사상의 싹이 움트던 시대라는 대비적 시대를 살았지만 시대와 불화 속에 불우하게 생을 마친 두 지식인의 저서가 동시에 출간됐다. 가의의 ‘신서(新書·소명출판)’와 이탁오의 ‘속분서(續焚書·한길사)’.

가의는 21세 때 황제의 학술고문인 박사(博士)에 최연소로 발탁돼 고속 승진을 거듭하며 한대 초기 개혁정치를 주도하지만 훈구대신들의 반발로 좌천된 뒤 끝내 뜻을 펼치지 못하고 32세의 나이에 요절한다. 그는 그런 자신을 굴원에 비유한 ‘조굴원부(弔屈原賦)’란 명문을 남긴 것으로도 유명하다.

58편 중 56편의 내용이 전해지는 ‘신서’는 가의의 정치사상을 담은 글을 모은 책. 특히 진나라 패망의 원인이 인의에 기초한 왕도정치를 버리고 폭력적이고 기만적인 법치주의를 선택했기 때문이라는 ‘과진론(過秦論)’은 후대 유학국가이론의 초석이 됐다. 1976년 처음 번역됐다 절판된 것을 박미라 한서대 연구교수가 국내외 연구 성과를 집결해 새롭게 번역해 선보였다.

반면 이탁오는 2004년 그의 대표작 ‘분서’가 번역된 뒤 최근 그에 대한 특집을 다룬 계간 ‘오늘의 동양사상’의 소개말처럼 ‘그야말로 느닷없이’ 찾아왔다. 50대까지 벼슬길에 나섰다 물러난 뒤 유불선을 통합한 독자적 사상체계를 세우다 ‘사문난적(斯文亂賊)’으로 몰려 75세에 옥중에서 자결한 그의 평전과 연구서가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속분서는 그가 옥중에서 자살하고 16년이 흐른 뒤에 그의 제자인 왕정보(汪鼎甫)가 스승의 “부스러기 말이나 쪼가리 문자까지도 빠짐없이 수습”해 발간한 책으로 “나이 오십 이전의 나는 한 마리 개에 불과했다. 앞에 있는 개가 자기 그림자를 보고 짖으면 같이 따라 짖었던 것이다”라는 유명한 문구가 들어 있다. 2004년 ‘분서’를 번역했던 김혜경 대전 한밭대 교수가 다시 번역을 맡았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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