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솔민이와 솔향이가 잠든 시간에 집에 돌아올 때가 많습니다. 아빠는 할 일이 많아서 간혹 일감을 집으로 가져오실 때도 있답니다. 그래도 아빠는 토요일에는 솔민이, 솔향이와 함께 산에 가서 물도 떠오고 등산도 하지요.
솔민이 엄마는 요리를 잘하세요. 아빠처럼 회사에 출근하지는 않지만 할 일이 아주 많답니다. 식사를 준비하고, 청소를 하고, 시장을 보고, 솔민이와 솔향이가 아플 때는 병원에 데려가고, 몸이 불편하신 할아버지와 할머니께 음식도 갖다드리죠.
언젠가 솔민이 엄마가 아팠을 때 집이 아주 엉망이 된 적이 있습니다. 청소를 못 해 집 안은 지저분해졌고 밥은 시켜 먹어야 했습니다. 그때 식구들은 엄마가 하는 일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답니다.
솔민이는 초등학교 3학년입니다. 동생 솔향이와 두 살 터울이지요. 솔민이는 엄마가 볼 일 보러 나가실 때면 동생을 돌본답니다. 그러나 아이스크림을 더 먹으려고 둘이서 싸울 때도 있지요.
엄마가 솔향이를 “우리 아기, 우리 아기”라고 귀여워해 주면 솔민이는 샘이 나서 소리를 지를 때도 있어요. “엄마, 솔향이는 아기가 아니라고요. 걘 일학년이에요.”
그렇지만 언젠가 솔향이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을 때 솔민이는 솔향이가 보고 싶어서 운 적도 있어요. 그래서 다시는 솔향이를 혼내지 않고 싸우지도 않고 잘해 주겠다고 다짐을 했지요.
솔민이는 솔향이가 미운 생각이 들 때면 엄마가 들려준 ‘율리시스’ 이야기를 떠올립니다.
아주 오랜 옛날 그리스 이타카에 율리시스라는 이름을 가진 왕이 있었대요. 율리시스 왕은 트로이라는 나라와 싸우러 가서 이십 년이란 긴 세월을 보냈어요. 왕비 페넬로페는 아들 텔레마코스와 함께 이타카에서 남편을 기다렸어요.
남편은 꼭 돌아올 것이라고 믿었기에 다른 남자들이 결혼하자고 해도 물리쳤어요. 율리시스 왕 역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기 위해 온갖 어려움을 겪었어요. 외눈박이 괴물을 물리치기도 하고, 큰 태풍에 휩쓸리기도 하고, 칼립소라는 여신이 영원한 생명을 준다고 해도 거절했어요. 또 아름다운 나우시카 공주가 자신을 좋아했지만 가족을 만나기 위해서 공주를 떠나 결국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지요.
가족이 없었다면 율리시스는 고향에 돌아오려는 노력을 포기했을지도 몰라요. 중간에 자신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과 살았을지도 모르죠. 이렇게 가족이 있다고 생각하면 온갖 어려움을 이겨낼 힘이 솟아난답니다.
솔민이 짝꿍인 지향이는 엄마와 아빠가 이혼을 해서 새 아빠와 살고 있어요. 새 아빠에게는 지향이보다 나이가 두 살 많은 언니가 있는데 지향이와 친하게 잘 지낸대요. 이렇게 엄마가 낳지 않아도 같이 살게 되어서 가족이 되는 경우도 있지요.
그러고 보니 솔민이 아빠는 야유회를 갈 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답니다. “회사 가족들과 내일 소풍을 가는데 우리 솔민이, 솔향이도 같이 갈까.”
또 학교 선생님은 이렇게 말한 적도 있어요. “세계 사람들은 지구라는 큰 별 속에 함께 사는 지구 가족이란다.”
이렇게 세상에는 다양한 가족 간의 사랑이 있답니다. 그중에서도 형제간의 사랑은 매우 중요합니다. 부모님께 드릴 최고의 선물은 형제간에 서로 사랑하고 돕고 사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켜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부모님 말씀 잘 듣고 자신의 일을 절대 남에게 미루지 말아야 해요. 동생은 형을 존중하고 인정해 줘야 합니다. ‘제까짓 게 뭔데’ 하는 마음은 서로의 사이를 금이 가게 만들지요. 반대로 형은 동생을 위해 주는 마음을 가져야 해요. ‘내가 형이니까 더 많은 것을 가져야 해’ 하는 마음은 동생에게 상처를 줄 수 있어요. 또 형제끼리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서로 마음을 터놓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가족 간의 행복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노력해야 만들어지는 것이니까요.
가족 안에서 행복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학급이라는 더 큰 가족, 학교라는 조금 더 큰 가족, 지구라는 엄청 큰 가족 안에서 행복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지요.
오늘 여러분은 가족을 위해서 어떤 일을 했나요.
조성자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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