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처, 盧정부 출범후 ‘취재봉쇄’ 앞장서
출입기자단 없애고 기자실 통폐합 주도
한나라 “언론 자유 훼손… 폐지법 꼭 처리”
학계 “각부처와 업무 중복… 존재이유 없어”
○언론 통제방안 밀어붙여
노 대통령은 1월 국무회의에서 “기자들이 죽치고 앉아 기사 흐름을 주도한다”며 언론과 기자들을 비판했다. 이후 4개월 만에 새로운 언론통제 방안인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이 모습을 드러냈다. 2003년 ‘개방형 브리핑제’ 도입 이후 두 번째 단행된 기자실 통폐합 조치다.
신언론통제 방안의 중심에는 홍보처가 있다. 해외 사례를 수집해 초안을 만들고 언론과 학계의 비판을 막아내며 통제방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노 대통령이 최근 “확실하게 기자실에 대못질을 하고…”라고 말해 홍보처의 ‘밀어붙이기’에 힘까지 실어주고 있다.
홍보처의 신 언론통제 방안이 나오기까지 홍보처는 단계적으로 언론을 압박했다.
홍보처는 2003년 3월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 ‘개방형 브리핑제’를 도입해 언론통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출입기자단을 없애고, 기자들의 각 정부 부처 출입을 제한하는 기자실 1차 통폐합을 주도했다.
이후 홍보처는 각 부처 및 공공기관이 신문에 광고를 낼 때 사전에 홍보처와 협의를 하도록 했다. 일각에서는 광고를 이용한 언론탄압이란 비판도 나왔다.
이와 함께 언론에 대한 대응 여부를 각 부처의 평가에 적극 반영했다. 언론 보도에 대해 언론중재위에 제소를 하거나 소송을 제기해 정정보도나 반론보도를 이끌어냈을 경우 좋은 평점을 주고 있다.
홍보처는 또 언론보도에 대해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발표된 취재통제안을 통해 비판적 언론의 활동은 위축시키고 반면 각종 산하 기관을 동원한 친 정부적 내용의 보도는 극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홍보처는 2003년 9월 통합 포털사이트인 ‘국정브리핑’을 개설하고 산하에 한국정책방송(KTV), 격주간지인 코리아플러스를 운영하고 있다. 국정홍보처가 운영 중인 이들 3개 홍보매체의 올해 예산은 220여억 원에 달한다.
최근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인원이 늘어난 KTV는 정부의 기자실 통폐합 방안을 지지하는 방송을 집중적으로 내보내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KTV에 대해 “내용이 알차다”고 격찬했지만 최근 시청률은 0.06%에 불과하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국정브리핑은 정책홍보를 기치로 내걸었지만 비판적 언론보도에 대한 반박과 해명이 고작”이라고 비판했다.
○정권 홍보 전위대 역할
한나라당은 2005년 11월 정종복 의원 등 당 소속 의원 127명 전원의 명의로 홍보처를 폐지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국회에 제출했다. 한나라당은 현재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에 계류 중인 이 법안을 이번 9월 정기국회에서는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 법안에는 홍보처를 폐지해야 하는 이유가 상세히 적시돼 있다. 우선 홍보처가 언론보도에 대한 자의적인 분류와 공무원들의 업무를 언론 대응실적으로 평가해 헌법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 보장과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고 있다는 것.
여기에 홍보처의 업무가 각 부처의 홍보업무와 중복돼 예산까지 낭비되고 있다는 점도 폐지 이유로 거론됐다.
법안을 발의한 정 의원은 “홍보처는 국민의 혈세를 받아 정권홍보의 전위대 역할을 하고 있다”며 사례까지 적시했다. △김창호 홍보처장 명의의 ‘노무현 따라잡기’라는 대통령 홍보책자를 발간하면서 홍보처 예산 6000만 원을 사용했고 △KTV에서는 찬성자만 나오는 개헌 관련 토론회를 중계해 방송위원회로부터 행정지도를 받았으며 △정부의 정책책임자도 아닌 이병완 참여정부평가포럼 대표의 강의를 중계하는 등 노골적으로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했다는 것.
학계에서도 홍보처가 ‘옥상옥’으로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손태규 단국대 언론영상학부 교수는 “국가나 정부 홍보를 위해 통합적으로 계획하고 관리하는 기구를 둔 나라는 독재국가를 빼 놓고서는 없다.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국가로서 홍보처가 존재한다는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며 “정부 각 부처 내에 홍보 공보 기능의 기구가 있는 상황에서 홍보처의 존재는 옥상옥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홍보처는 언론매체에 대한 협조 관리 능력도 없고 각 부처가 하고 있는 공보 홍보 업무와 크게 다른 일을 하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언론통제처’의 역할만 할 뿐”이라며 “기능상 홍보처는 존재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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