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전시도 연주회도 공짜… 호텔로 놀러오세요

  • 입력 2007년 9월 7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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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높은 조명, 화려한 실내장식, 우아한 클래식 음악, 솜씨 좋은 주방장들이 내놓는 맛난 음식, 편안한 방….

특급호텔이 주는 이미지는 고급스럽다.

비싼 가격을 생각하면 일반인이 쉽게 즐기기 어렵기 때문에 ‘그림 속의 떡’이 되기 십상이다.

하지만 호텔은 변신하고 있다.

많은 돈을 내고 먹고 자는 공간에서 잠깐 들러 문화를 즐기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호텔들이 무료 전시회나 공연을 늘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짬을 내서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고객들로 하여금 라이프스타일 호텔로서 호텔의 문화를 즐기게 한다’는 신라호텔의 캐치프레이즈가 변신의 이유를 말해 주고 있다.

이번 주말엔 호텔을 찾아 즐겨 보자.》

○ 호텔에서 무료 미술 감상을

서울 광진구 광장동 W서울워커힐호텔은 6∼14일 현대미술전 ‘소프트파워’ 전시회를 연다(02-2022-0105). 지난달 서울 서초구 서초동 한국국제교류재단에서 열린 전시회를 호텔로 옮겼다.

소프트파워는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조지프 나이 교수가 처음 사용한 단어. 나이 교수는 “군사력, 경제제재 등 ‘하드파워’보다는 설득과 동의가 기반이 되는 정보기술(IT), 예술, 유화정책 등 ‘소프트파워’가 때로 더 강한 힘을 지닌다”고 설파했다. 이번 전시회에 참가한 국내외 작가 8명은 소프트파워를 주제로 한 예술품을 선보인다.

스웨덴 출신 나탈리 뒤버그는 패션쇼 무대 뒤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은 클레이 애니메이션을 통해 여성들 사이에 존재하는 권력과 갈등의 문제를 다뤘다.

작가 조덕현은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과 자신의 어머니 모습을 합성한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같은 해 태어난 두 사람의 모습을 합성함으로써 대영제국 최고 권력자의 힘과 어머니의 힘은 동일하다는 주제의식을 담고 있다.

이 호텔 닉 히스 총지배인은 “호텔은 사람들이 더 가깝게 여기고 찾을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며 “호텔에서 점심식사를 하면 이번 전시회와 함께 호텔 내 다른 작가들의 작품에 대해 직원들이 설명해 주는 ‘아트 런치’ 프로그램도 도입했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남대문로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 로비에서는 다음 달 26일까지 가수 겸 화가 조영남의 미술전시회가 열리고 있다(02-317-3013). 화투, 바둑, 바구니, 태극기, 코르크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작가의 이미지에 걸맞은 다양한 소재의 작품 40여 점이 전시돼 있다.

대부분 특급호텔은 구석구석이 전시장이다.

서울 중구 장충동 서울신라호텔 1, 2층 로비에서는 ‘라파엘 소토’ ‘토니 들랩’ ‘빌 탑스’ ‘정창섭’ 등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이 호텔 영빈관 뒤편 3만9669㎡(1만2000평) 규모의 야외정원은 아름다운 조경과 넓은 공간으로 도심지 데이트 코스로도 유명하다. 이곳에는 70여 점의 조각 작품이 있다. 가나화랑과 함께 조성한 현대조각품으로 유영교의 ‘두 자매’, 김창희의 ‘쌍무지개’ 등이 대표적.

호텔 홍보팀 이주희 대리는 “주말이면 남편과 함께 아이를 데리고 야외공원으로 놀러온다”며 “조각품을 감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진을 찍을 만한 아름다운 공간이 많다”고 소개했다.

○ 시간대만 맞으면 연주회도 무료

서울 강서구 외발산동 메이필드호텔은 추석 당일인 25일 오후 8시부터 1시간 반에 걸쳐 추석맞이 전통 공연을 연다. 꽹과리 징 북 장구의 사물놀이, 가야금 거문고 피리 대금 타악기로 이뤄진 국악관현악곡 등이 연주된다(02-2660-9000).

서울신라호텔은 매달 둘째 넷째 주 금요일 저녁에 신라면세점 옥상에 있는 야외정원에서 ‘재즈 페스티벌’을 연다. 이 정원은 1983m²(600여 평)으로 유럽식 노천카페 같은 공간도 마련돼 있다. 인터넷(www.dfsshilla.com)을 통해 응모해 당첨되면 최대 3인까지 동반해 무료로 재즈공연을 즐길 수 있다(02-2230-3611).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은 오전 11시 50분, 오후 1시 40분, 오후 5시 30분에 호텔 로비에서 피아노 연주회를 갖는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임페리얼팰리스호텔 로비에서는 매일 저녁 가야금이 연주된다. 일요일은 제외.

○ 조건이 붙은 무료 서비스

서울 서초구 반포동 JW메리어트호텔의 ‘바 루즈’에서는 바를 이용하는 고객을 겨냥해 요일별 무료 이벤트를 열고 있다. 일요일 오후 8시에는 대형 스크린을 통해 영화를 상영하며 목요일에는 항공사 직원을 대상으로 무료 와인 강좌를 연다. 앞으로 항공사 직원만 아니라 다양한 업종의 직원을 초빙할 계획이다(02-6282-6763).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은 투숙객들에게 피트니스센터의 트레이너가 몸에 맞는 운동법을 조언하고 에어로빅, 스트레칭, 댄스스포츠 등의 강좌를 연다(02-317-0474).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 로비라운지에서는 월∼토요일(일요일 제외)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1인당 1만7000원에 생맥주, 와인, 10여 가지의 안주를 무제한 먹고 마실 수 있어 주변 직장인의 회식 장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02-3430-8603).

W호텔과 붙어 있는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은 투숙객에게 미술 전시장을 무료로 개방한다. 영국 조각가 앤서니 카로의 작품 등을 볼 수 있다.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 14층 살롱 드 떼 티라운지에서는 차 한잔 마시면서 인테리어, 사진, 미술, 요리, 여행, 보석, 디자인, 영화, 패션 관련 2600여 권에 이르는 해외 서적을 읽을 수 있다(02-759-7477).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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