烹(팽)은 삶는다는 뜻으로, 여기서는 피동형이다. 삶아서 죽이거나 요리하다의 뜻도 있다. 烹調(팽조)는 삶아 조리하다의 뜻이다. 첫 구절은 토끼가 죽고 나면 그를 잡는데 앞장섰던 사냥개는 단지 먹잇감으로 죽임을 당한다는 의미다. 兎死狗烹(토사구팽)은 이를 줄인 말이다.
高鳥(고조)는 높이 나는 새를 가리킨다. 盡(진)은 다 없어지다, 남김없이 다한다는 의미이다. 燒盡(소진)은 다 타서 없어짐을, 盡力(진력)은 온 힘을 다함을 뜻한다. 良弓(양궁)은 좋은 활이다.
藏(장)은 거두어 간수한다는 의미로 所藏品(소장품)은 거두어 간수하는 물품이다. 숨다나 숨기다의 뜻도 있다. 둘째 구절은 높이 나는 새가 다 잡히면 그를 쏘아 잡던 좋은 활이 쓸모없이 폐기된다는 말이다. 줄여서 鳥盡弓藏(조진궁장)이라고도 한다.
敵(적)은 원수나 상대의 의미 외에도 겨루다, 맞먹다의 의미도 있다. 敵手(적수)는 엇비슷한 능력의 상대를 뜻한다. 破(파)는 깨다의 의미로 擊破(격파)는 두드려 깬다는 뜻이다.
謀(모)는 계책이나 모의하다의 의미다. 謀臣(모신)은 함께 의논하고 모의하는 신하다. 亡(망)은 죽거나 잃다는 뜻이지만 無(무)의 뜻으로 쓰이면 ‘무’라고 읽는다. 이 구절은 적국이 사라지면 함께 모의했던 공신도 필요가 없어져 제거된다는 말이다.
이상은 요긴하게 이용한 존재도 필요가 없어지면 사정없이 제거하는 냉혹한 현실을 풍자한 말이다. ‘史記(사기)’에 나온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