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물리학은 몇 가지 물리적 대상을 둘러싼 논쟁의 역사로 점철되어 왔다. 가령 빛의 입자설과 파동설은 몇 차례 엎치락뒤치락하다가, 양자역학의 발견 덕분에 두 가지 성질을 모두 가진다는 이중성으로 판가름 났다. 이 전개 과정은 물리학의 역사이기도 하다.
브라이언 그린의 ‘우주의 구조’는 시간과 공간이라는 논쟁 축을 중심으로 세계에 대한 이해와 변화의 과정을 묘사하고 있다. 이 논쟁사 역시 초점이 약간 바뀌었을 뿐 근대 과학의 토대에 해당하는 물리과학의 전개 과정을 그대로 담고 있다. 여기에서 핵심적인 물음은 ‘시간과 공간이 실체인가, 아니면 물체 사이의 관계를 정하기 위한 추상인가?’이다.
이 책은 과학에서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어떻게 설명해 왔는지를 차분하게 설명한다. 시간과 공간이 물리학에서 중요한 개념으로 부상한 것은 아인슈타인의 시공간 개념이 유명해지면서였지만, 그 뿌리는 뉴턴의 절대 시간과 공간 개념이다. 뉴턴에게는 ‘상대 운동’(물체의 운동을 다른 물체에 대한 상대적 위치의 변화로 보는 것)을 설명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했고, 실체로서의 공간과 시간이 그 요구를 충족시켰다. 이 생각은 수백 년 동안 지속되었다. 저자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뉴턴의 실체론적 관점이 근대 이후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의 토대를 이루게 되었다는 것을 차근차근 전달한다.
이런 전제가 큰 폭으로 흔들리게 된 것은 양자역학이 수립된 이후다. 사실 양자역학과의 관계에서 볼 때 고전 물리학에 속하는 아인슈타인의 시공간 개념도 실체론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하이젠베르크가 내놓은 불확정성 원리는 한 입자의 위치와 속도를 동시에 정확히 아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주면서 실체적 존재론과 세계관에 마침표를 찍었다.
저자는 최근에 등장한 ‘초(超)끈이론’과 ‘막이론(M-이론)’이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는 것을 짚는다. ‘초끈이론’은 만물을 구성하는 것이 입자(실체)라는 기존의 관점을 넘어 끈(string)이라는 다른 가능성을 제시하며, ‘막이론’은 우리가 그동안 세계를 이해하는 축으로 간주했던 시간과 공간이 실제로는 또 다른 ‘무엇’의 투영이나 관계의 한 측면, 또는 그 번역에 불과할 수 있다는 암시를 준다. 어쩌면 이 이론들은 그동안 우리가 젖어 있던 실체 중심의 이해라는 해묵은 타성에서 벗어나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고 설명하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추구하는 하나의 시도인지도 모른다.
김동광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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