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만나는 시]고영조/‘매미’

  • 입력 2007년 9월 7일 03시 01분


《매미

- 고 영 조

굴암산 늙은 떡갈나무 몸뚱이에

배를 붙이고 노래하는 매미들

여름은 얼마나 즐거우냐고

세상의 청맹과니들이여

제 몸의 노예들이여

이 노래 들어보라고

아랫배에 힘주고 운다

지나가던 산들바람

그 노래 더 멀리 울려 퍼지라고

세상의 노예들이여

모두 모두 노래하고 잘 노시라고

떡갈나무 푸른 잎을 슬쩍 슬쩍

들어 올리고 있다.

- 시집 '귀현리에서 관동리로'(경남) 중에서》

맴 맴 맴- 한낱 노래하는 한량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저들도 생애의 대부분을 어둠 속에서 광부처럼 땀 흘리며 보냈다. 제 몸의 노예를 벗어나려고 죽음 같은 허물을 벗어던진 이들의 전언이다. 매미들이 외친다. 삶은 견디는 것이 아니라 누리는 것이라고. 노래하라는 것이 마냥 방일(放逸)하라는 것은 아닐 것이다. '노래하는 주인'이 되고, '노동하는 주인'이 되라는 것이다.

-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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