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책은 그들에게 운명이었다

  • 입력 2007년 9월 8일 02시 59분


◇ 셰익스피어 & 컴퍼니/실비아 비치 지음·박중서 옮김/360쪽·1만3000원·뜨인돌

◇ 오픈 북/마이클 더다 지음·이종인 옮김/400쪽·1만5000원·을유문화사

두 책은 모두 책과 독서에 관해 지독한 애정을 담은 회고록이다. 앞의 책에는 서점을 운영하면서 위대한 문인들을 지켜본 출판인의 책에 대한 애정이 물씬 깃들어 있고, 뒤의 책은 한 독서광의 어릴 적 책 읽기를 소개하고 있다.

‘셰익스피어 & 컴퍼니’는 1920년대부터 40년대 초 프랑스 파리에 있었던 서점으로 ‘셰익스피어와 동료들’이라는 뜻이다. 설립자는 이 책의 저자인 실비아 비치. 서울대 김성곤(영문학) 교수는 “모더니즘 시절, 문화 예술의 메카 파리로 모여든 가난한 예술가와 망명가를 모은 서점으로 제임스 조이스, 어니스트 헤밍웨이, 폴 발레리 등 유명 작가들의 사적인 일면을 볼 수 있는 책”이라고 말했다.

비치는 서른넷의 나이인 1921년 이 서점을 열어 제1차 세계대전 직후 애서가와 문인들의 사교장으로 만들었다. 이 서점은 나치 점령하에도 유지되다가 1941년 갑작스럽게 문을 닫는다.

이 서점은 20세기 걸작으로 손꼽히는 조이스의 ‘율리시스’를 1922년 처음 출간한 곳이다. ‘율리시스’는 영국과 미국에서 문학잡지에 일부가 수록됐으나 ‘외설물’로 비난받으며 출판이 금지됐다. “내 책은 절대 출간될 수 없을 거야”라며 낙담한 조이스에게 책 출간을 허락받는 비치의 모습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율리시스’ 출간과 관련한 뒷이야기는 풍성하다. 조이스가 결코 만족할 줄 모르고 고치는 바람에 ‘율리시스’의 3분의 1은 교정지에 쓰였고 오타투성이였으며 조이스의 생일날(2월 2일) 첫 책을 선물하기 위해 ‘작전’을 편 일화 등이 흥미롭다. 헤밍웨이가 이 책을 바지 속에 넣은 채 미국으로 밀반입했다는 사실도 새롭다. 저자는 또 ‘율리시스’를 낸 뒤 ‘외설 출판사’로 낙인찍히는 것을 꺼려 ‘채털리 부인의 사랑’ 출간을 거절했던 일도 밝히고 있다.

이 서점은 1964년 다시 문을 연다. 파리에서 ‘르 미스트랄’ 서점을 운영하던 미국인 조지 휘트먼이 비치 사망 이후 ‘율리시스’ 초판본 등 장서를 인수한 뒤 이름을 ‘셰익스피어 & 컴퍼니’로 바꾼 것이다. 현재 휘트먼의 딸이 운영 중이다. 원제 ‘Shakespeare and Company’(1959년).

‘오픈 북’은 저자가 어릴 때부터 20세까지 멈추지 않았던 책 읽기를 중심으로 한 독서 자서전이다. 저자는 워싱턴포스트에서 30여 년간 서평을 담당해 왔고 퓰리처상을 받았다. 저자는 “어린 시절 깊은 우울과 유머가 있는 자기비하적 장난기를 오가는 성격이었는데 그 근원을 탐구하고 싶어 자서전을 쓰게 됐다”며 “깊이 생각하면 할수록 그 성격은 책과 독서에 관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철강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난 그의 환경은 유복하지 않았으나 늘 책 읽기에 빠져 지냈다. 책의 끝부분에 16세 때 일기에 적은 책의 목록을 내보이는데 호메로스의 ‘일리아드’, 윌 듀랜트의 ‘철학이야기’, 윌리엄 골딩의 ‘파리 대왕’ 등 50여 권에 이른다.

이 책에는 수많은 책에 대한 평가와 함께 ‘어머니는 내게 책 읽기를 감각적 황홀로 만들어 주었다’ 등 독서의 즐거움을 담은 구절이 곳곳에 나온다. “청소년들의 독서 지도에 힌트를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저자의 바람이 절실하게 와닿는 책이다. 원제 ‘An Open Book-Chapters from a Reader's Life’(2003년).

허엽 기자 he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