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구리는 사람을 만나면 몸을 뻣뻣하게 굳혀 죽은 체한다. 그 행동은 약 3분 정도 계속된다고 한다. 나뭇잎 위의 배자바구미는 나뭇잎이 갑자기 흔들려 땅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아예 스스로 땅에 떨어져 몸을 웅크린 채 죽은 척한다. 동물들은 왜 이런 몸짓을 하는 것일까. 그건 살아남기 위한 작전의 하나다.
동물의 몸짓 하나하나를 세밀하게 관찰하고 설명해 줌으로써 동물의 세계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거리 두기, 죽은 체하기, 털 다듬기, 표시하기, 과시하기 등으로 나누어 신비로운 동물의 세계를 소개하고 있다.
검은등제비갈매기는 너무 멀지도 않고 너무 가깝지도 않게 앉아 있기를 좋아한다. 마치 바둑알처럼 그 간격이 똑같다. 그건 먹이를 먹을 때 누군가 먼저 먹지 않도록 경계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동물의 몸짓에 이렇게 깊은 뜻이 숨어 있다니, 참 재밌고 또 놀랍다. 초등학교 2∼4학년용이지만 과학책은 청소년이나 어른이 읽어도 언제나 재미있는 법.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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