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상은 서양 사람들이 음악을 듣는 ‘귀’를 바꾸어 놓았지요. 서양음악의 어법에 충실하면서도 내용은 불교, 도교 같은 동양의 정신세계를 그려내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어요. 그는 20세기 현대음악사에 매우 중요한 사람입니다.”(프란시스 트라비스 씨)
올해는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의 탄생 90주년이 되는 해. 이를 맞아 윤이상의 작품을 전문으로 연주하는 ‘서울윤이상앙상블’이 창단됐다. 독일 베를린과 일본 도쿄에서 ‘윤이상앙상블’이, 평양에선 ‘윤이상관현악단’이 오래전부터 활동해 왔지만 한국에서 그의 이름을 딴 단체는 이제 처음 생긴 셈이다.
11일 낮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서울윤이상앙상블의 음악감독인 바이올리니스트 김민(65·서울바로크합주단 대표) 씨와 명예지휘자 프란시스 트라비스(86) 씨가 만났다. 스위스 출신의 현대음악 전문 지휘자인 트라비스 씨는 전날 40년 만에 귀국한 윤이상 선생의 부인 이수자 여사와 인천공항에서 감격적인 포옹을 나눠 눈길을 끌었다.
서울윤이상앙상블은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 비올리스트 최은식, 오보이스트 사토키 아오야마, 클라리네티스트 김현곤 씨 등 18명의 연주자로 구성됐다. 이들은 윤이상 곡만 전문적으로 연주하며 전 세계를 돌며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창단연주회는 18일 오후 4시 서울 예술의 전당 리사이틀홀.
“어제 40년 만에 귀국한 윤이상 선생의 부인 이수자 여사께서 ‘정치적인 명예회복은 이뤄졌고, 남은 것은 음악적인 명예회복’이라고 말씀하신 것이 생각납니다. 이제는 정말로 순수하게 윤이상의 음악에만 집중하는 분위기가 됐으면 합니다.”(김 감독)
김 감독은 1970년대 독일에서 북독일방송교향악단, 베를린방송교향악단 등에서 활동할 때 윤이상의 곡을 연주하면서 고인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았다. 그는 서울바로크합주단과 함께 지난해 세계적인 ‘낙소스’ 레이블에서 윤이상 음반을 발표하기도 했다.
트라비스 씨는 1959년 다름슈타트에서 윤이상의 곡을 지휘한 이후로 친분을 맺고 평생 윤이상의 작품 10개를 세계 초연한 예술적 조력자였다. 그는 1967년 동백림 사건 당시 “그가 내가 지휘하는 리허설에 오기로 돼 있었는데 나타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그 뒤 가장 먼저 윤이상의 실종 사실을 확인하고, 소설가 귄터 그라스 등 지식인을 규합해 구명운동을 벌였다.
트라비스 씨와 김 감독은 1982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음악제’에서 윤이상의 ‘서주와 추상’을 국내 초연한 인연을 갖고 있다. 당시 트라비스 씨는 지휘자로 초청돼 한국을 처음 방문했고, 독일에서 귀국한 김 감독은 KBS교향악단의 악장을 맡고 있었다. 트라비스 씨는 “서울프라자호텔에서 세종문화회관까지 가는 동안 세 번이나 검문을 당했다”며 “당시는 신변의 불안과 공포를 느꼈는데 지금은 서울에도 윤이상 전문 연주단체가 생긴다니 감회가 새롭다”고 회상했다.
그는 또 “윤이상의 작품은 요즘의 TV프로그램처럼 가볍고 피상적이지 않고 마음속 깊이 침잠하는 음악”이라며 “매우 드라마틱하고 날카로운 대비와 제스처가 풍부하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도 “윤 선생의 곡이 난해하다고들 하는데 이는 연주자의 책임도 크다”며 “그의 작품을 독일인이나 일본인이 아니라 한국 사람이 연주할 때 어떤 인간적, 철학적 표현이 나올 수 있을지 궁금하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2만∼7만 원. 02-723-5669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윤이상 탄생 90주년 기념 2007윤이상 페스티벌 주요 일정 | ||
2007 윤이상 페스티벌 개막공연 및국제 윤이상음악상 시상식 기념 음악회 | 16일 오후 4시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 코리안심포니, 지휘 프란시스 트라비스, 정치용,협연 고봉인(첼로) |
서울윤이상앙상블 창단 연주 | 18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 전당 리사이틀홀 | 지휘 프란시스 트라비스 |
TIMF(통영국제음악제) 앙상블 연주회 | 19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 전당 리사이틀홀 | TIMF앙상블 |
칸타타 ‘나의 땅, 나의 민족’ 한국 초연 | 20일 오후 8시 부산문화회관 | 부산시립교향악단, 지휘 곽승, 한울림합창단 |
2007 윤이상 페스티벌 폐막 공연 | 11월 2일 오후 8시 경기 고양시 아람누리 아람음악당 | KBS교향악단, 지휘 구자범, 하인츠 홀리거(오보에), 우르줄라 홀리거(하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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