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험실=이번 행사의 기획자이자 패션브랜드 ‘이세이미야케’ 대표인 오오타 노부유키는 JFW의 하이라이트로 ‘유럽에서 만난 신인들’이라는 게릴라 전시회를 꼽았다. 영국, 프랑스 등에서 활동하는 일본의 신진 디자이너들을 육성(인큐베이팅)해 세계로 진출(인터내셔널)시킨다는 것이다. ‘인큐베이터’와 ‘인터내셔널’은 올해 JFW의 키워드.
세계 지도 무늬의 흰 드레스로 주목을 받은 ‘리튼 애프터워드’ 브랜드는 아이와 어른의 중간 단계인 ‘질풍노도’ 소녀 형상을 나타냈다. 디자이너 겐타로 다마이는 “전시장 안에 흰 휴지를 구겨 소녀의 순결함과 신경질적 이미지를 교차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재기발랄한 전시회 속에는 ‘부흥’과 ‘개혁’을 부르짖는 일본 패션계의 속내가 담겨 있다. 1985년 패션 장터 형식으로 시작된 ‘도쿄 컬렉션’이 갈수록 유명무실해지고 유명 디자이너들은 해외 시장에 주력해 자국 내 패션계가 위축됐던 것이다. 결국 2005년 JFW로 명칭을 바꾸고 분위기 쇄신에 애쓰고 있다. 오오타 대표는 “JFW가 신인들에게는 일종의 기회”라며 “이를 통해 도쿄에서 패션이 시작된다는 이미지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 퓨전 퓨처리즘=이번 JFW의 패션 경향 중 하나는 바로 ‘퓨전 퓨처리즘’으로 올해 트렌드인 퓨처리즘이 심화된 스타일이다. ‘21세기 마리 앙투아네트’를 콘셉트로 한 한국 브랜드 ‘도호’의 패션쇼는 18세기 실제 그녀가 입었을 법한 부피감과 우아한 스커트에 금색 은색 등 화려한 색상을 입혀 ‘펑키 걸’ 이미지를 나타냈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2회 연속으로 참가한 디지이너 도향호(53) 씨는 “상체가 빈약하거나 다리가 예쁘지 않은 일본인들을 위해 개성 강한 스타일의 옷을 많이 선보였다”고 말했다. ‘언밸런스드 퓨처리즘’을 나타낸 ‘드레스캠프’ 브랜드는 극도로 창이 긴 모자, 해파리 같은 인디언 부츠, 땅에 질질 끌리는 이브닝드레스 등 균형감을 상실한 의상에 핑크, 옐로, 그린 등 원색을 매치해 질감과 색감 면에서 퓨처리즘을 극대화했다.
○ 뮤지컬=댄스뮤직이 패션쇼의 전부가 아니다. 마치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 JFW의 패션쇼들은 ‘패션+엔터테인먼트’의 복합 무대를 보여주었다. 브랜드 ‘키노’의 패션쇼. 물소리와 새소리에 맞춰 연주된 피아노의 선율은 ‘X자’ 블라우스, 아무렇게나 맨 듯한 화이트 리본 핫팬츠, 땅에 끌릴 정도로 긴 레이스 치마 등과 함께 원초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나타냈다. ‘히로미 요시다’ 패션쇼에는 테크노사운드와 왈츠가 동시에 흐르며 모델들은 분위기에 맞게 신경질적인 표정으로 무대를 걸었다.
드럼 소리와 누더기 옷이 ‘날 것’의 이미지를 만든 ‘준야 타시로’ 쇼에서는 발레리나가 등장했고 모델들은 워킹을 하다 서로 교차하는 ‘크로스 워킹’을 선보이기도 했다.
도쿄=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dongA.com에 동영상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