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를 삼킨 보아뱀뿐만 아니다. 아이들의 상상력은 끝없이 펼쳐진다. “이건 모자일 뿐이야” “이건 상자일 뿐이야”라고 단정 지으면 거기서 아이들의 상상력은 멈춰 버린다. 종이 상자를 본 아기 토끼. 폴짝 안에 들어가선 “부릉부릉∼” 운전한다. 이건 상자가 아니라 자동차야! 다음엔 상자 위에 올라선 아기 토끼. “이건 상자가 아니래도!”라며 양손을 번쩍 든다. 토끼에게 상자는 막 정복한 산. 어른들에겐 평범한 상자로밖에 안 보이지만 아기 토끼에겐 건물도 되고, 요트도, 기구도, 코끼리도 된다. 아이들에게 읽어주면서 “상자 아니고 뭘까?”라고 질문하면 토끼처럼 다양한 답이 나오지 않을까. 상상에선 무엇이든 되는데 왜 상자라고만 하느냐는 아기토끼의 뚱한 표정이 귀엽다. 단순하고 여백 많은 그림이 외려 상상력을 북돋운다. 책 뒤표지의 문장 ‘거꾸로 들지 마세요’는 엄마보다 아이들이 먼저 이해하고 웃음을 터뜨릴 듯.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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