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축구와 같다. 전반에 경기가 잘 풀리다가도 갑자기 후반에 가서 지는 때가 있고, 정말 풀리지 않는 경기를 하다가도 연장전에서 통쾌한 골을 넣어 하늘을 날아가는 기분을 맛볼 수도 있다. 그러니 미리 실망하지도 말고, 미리 기뻐하지도 말자.”
그렇지만 문석이는 오랫동안 풀리지 않는 경기를 하고 있다. 축구선수였던 아빠가 경기 도중 쓰러져서 식물인간이 된 지 오래다. 학교에선 별로 눈에 띄지 않는 아이고 엄마도 일하느라 충분한 관심을 못 받는 문석. 그렇지만 병원에 누워 있는 아빠한테 친구와 있었던 일, 여동생과 있었던 일을 종알종알 얘기할 때 문석이는 기쁘다.
이 동화는 한참 신나게 뛰어놀 초등학교 2학년 남자아이가 겪어야 하는 마음의 고통을 담았다. 동화 속 아빠는 뇌사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인 전 롯데 자이언츠 포수 임수혁 선수가 모델이라서 더욱 마음에 와 닿는다. 등에 짊어진 짐이 너무 큰지라 문석이는 학교에 가는 대신 지하철 여행을 하기도 하지만, 엄마가 걱정할까 싶어 선생님의 편지도 감추는 마음 여린 소년이다.
언제 아빠의 의식이 돌아올지 기약이 없는지라 문석이가 의지하는 것은 TV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이다. 영원히 살 수 있는 기계인간이 돼 메텔과 함께 우주여행을 떠나는, 이 책을 권해 줄 부모들에게는 향수어린 애니메이션. 철이처럼 문석이도 아빠의 ‘생명’을 위해 은하철도에 오르고 싶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문석이는 급기야 자신을 도와줄 메텔을 우연히 봤다고 믿고는 찾아 나선다.
작가는 문석이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메텔이 병실 508호의 할머니란 것, 지하철에서 만난 사람들이 문석이를 기꺼이 도와주려는 것 등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를 지켜보고 도와주는 이들은 항상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려 한다. 내용은 묵직하지만 에피소드는 경쾌하다. 밝고 다채로운 그림이 더해져 긍정과 희망의 주제의식이 잘 전달된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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