先(선)은 동사로 앞서다는 뜻이고 後(후)는 뒤서다는 뜻이다. 憂(우)는 근심하다는 뜻이고, 樂(락)은 즐기다는 뜻이다. 여기의 之(지)는 天下(천하)가 憂의 주어임을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즉 天下之憂(천하지우)는 천하의 근심이 아니고, 천하가 근심함이다. 而(이)는 앞과 뒤를 이어주며 여기서는 순접의 관계를 표한다. 天下는 실제로는 온 천하 사람을 뜻한다.
누군들 근심하기 좋아하고 즐기기 싫어하겠는가? 그런데 남보다 앞서 근심하여 대책을 마련하고, 남이 즐긴 뒤에야 비로소 즐기는 이는 누구인가? 남을 위하는 숭고한 이상을 지닌 사람이며, 지도자로서의 책임을 통감하는 사람이다.
누군가에게 좋은 대접을 해주며 배려해주는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 그가 먼저 걱정하여 대책을 세워 남의 걱정을 해소해주리라 기대해서이고, 남보다 뒤에 즐길 것이 고맙고 미안해서 보상해주기 위해서다. 그런데도 남보다 먼저 즐기고 남의 근심을 도외시한다면, 그는 분명 이상도 없고 책임감도 없는 존재이다. 어쩌면 그는 그것이 마치 승리이고 성공인 줄로만 여길지 모른다.
앞서 근심하지 못하고 뒤에 즐기지 못하더라도 함께 근심하고 즐거워하기만 해도 좋으리라. 그래서 與民同樂(여민동락·대중과 더불어 즐김)도 관리의 미덕 중 하나라고 한다. 어찌 관직에 있는 이에게만 해당되는 말이겠는가! 송나라 때 范仲淹(범중엄)은 거대한 호수 옆에 세운 중국 3대 누각의 하나라는 岳陽樓(악양루)에 이 말을 써놓아 천고에 이름을 남겼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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