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봉주르, 에셴바흐…파리 오케스트라 이끌고 11월 내한공연

  • 입력 2007년 9월 20일 03시 00분


프랑스 파리 개선문 부근의 ‘살 플레옐’에서 만난 지휘자 크리스토프 에셴바흐. 지휘자 룸의 창문을 열고 베란다로 나가자 고색창연한 성당의 첨탑이 보이는 풍경이 탄성을 자아냈다. 파리=전승훈  기자
프랑스 파리 개선문 부근의 ‘살 플레옐’에서 만난 지휘자 크리스토프 에셴바흐. 지휘자 룸의 창문을 열고 베란다로 나가자 고색창연한 성당의 첨탑이 보이는 풍경이 탄성을 자아냈다. 파리=전승훈 기자
《프랑스 파리의 날씨는 맑았다.

빈센트 반 고흐가 그린 ‘아를’의 가을 풍경처럼 푸른색 하늘과 노란 햇살이 강렬하게 대비를 이루고 있었다.

13일 파리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크리스토프 에셴바흐(67·사진)를 만나기 위해 개선문 근처에 있는 공연장 ‘살 플레옐’의 지휘자 룸에 들어서자 창밖으로 보이는 성당의 뾰족한 첨탑이 눈에 들어왔다.

반질반질한 머리와 검은 차이니스칼라의 지휘자는 마치 노트르담 사원의 수도승같이 보였다. 》

“파리에 오면 색다른 향기가 나는 것 같아요. 저는 어릴 적부터 음악뿐 아니라 미술, 문학, 사람까지 프랑스적인 것을 좋아했어요. 루브르 박물관 내 피라미드 앞 광장에서 했던 차이콥스키 교향곡 연주와 같이 파리 시민들과 함께하는 야외공연도 무척 즐기고 있습니다.”

○ “피아노는 아이디어 주는 문학성 풍부한 악기”

1940년 독일에서 태어난 에셴바흐는 4세 때 제2차 세계대전 중에 고아가 돼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1965년 클라라 하스킬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이후 명(名)피아니스트로 활약해 왔다. 또한 조지 셀과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에게 지휘를 사사한 그는 1975년 샌프란시스코 심포니를 통해 미국에서 지휘자로 데뷔했다. 그는 “피아노는 문학성이 풍부한 악기이기 때문에 지휘하는 데 상당한 아이디어를 준다”고 말했다.

에셴바흐는 현재 미국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프랑스 파리 오케스트라 등 양국의 대표적인 악단의 음악감독을 겸하고 있다. 영어와 프랑스어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그에게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파리 오케스트라의 사운드는 어떻게 다른지 물어봤다.

“필라델피아는 미국에서도 현악과 목관의 음색이 가장 정교하고 따스하게 조화되는 음색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오케스트라지요. 단원의 90% 이상이 프랑스 연주자들로 구성된 파리 오케스트라는 현악이 약간 가벼운 느낌이 있지만 활활 타오르는 열정이 매력적입니다. 금관악기의 풍부한 사운드도 제가 좋아하는 것이고요.”

내년 4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임기는 만료된다. 그는 “앞으로도 유럽 순회연주와 스페셜 콘서트, 차이콥스키 교향곡 전곡 녹음 프로젝트 등으로 인연은 계속 유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솔티, 카라얀, 바렌보임 등 이어 지휘봉

올해 창단 40주년을 맞는 파리 오케스트라의 전신은 1828년 프랑스 최초의 심포니 오케스트라로 출범한 파리음악원 오케스트라. 1967년 지금의 이름으로 재창단된 이래 샤를 뮌슈, 게오르그 솔티,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다니엘 바렌보임 등 세계적인 거장들이 음악 감독 자리를 거쳐 갔다.

그에게 “프랑스 악단은 독일 레퍼토리에 약하지 않은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파리음악원 오케스트라 창단 초기 지휘자인 아브네크는 베토벤의 열혈 팬으로서 베토벤의 심포니를 처음 프랑스에 알렸다”며 “베토벤 연주의 전통을 갖고 있는 만큼 브람스,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등 독일계 레퍼토리도 자주 무대에 올린다”고 말했다.

파리 오케스트라가 상주하는 살 플레옐은 1910년에 지어진 콘서트 전문 홀이다. 1939년 한국인 무용가 최승희가 춤을 추기도 했으며, 1830년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이 초연된 유서 깊은 곳이다.

파리 오케스트라는 11월 11일 경기 고양시 아람누리, 12일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내한공연을 갖는다. 1984년 다니엘 바렌보임과 내한한 뒤 23년 만의 공연이다. 프랑스 최고 악단이 선보이는 라벨, 베를리오즈 등 프랑스 정통 레퍼토리 연주는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에셴바흐는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을 세계 초연할 때 사용했던 ‘오리지널 벨’을 가져가 한국 팬들에게 들려드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02-6303-1919(서울), 1577-7766(고양)

파리=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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