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가 양피지를 대체하는 과정 등을 비롯해 책에 얽힌 일화가 풍성하다. 채륜이 발명한 종이는 이슬람을 거쳐 유럽에 전래됐으나 실용성을 인정받기에는 시간이 적지 않게 걸렸다. 13∼15세기 책들은 수도원 도서관에서 빠져나가 부유한 상인들의 서재에 그림들과 나란히 진열됐다. 책이 부르주아의 상징이 된 셈이다. 20세기는 책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시기다. 2000년 ‘뉴욕타임스’ 일요판에 실린 정보는 18세기 보통 영국인이 한평생 경험할 문서의 양보다 더 많았으며 20세기 말 전자출판 덕분에 책 제작은 개인 기술의 영역으로 확장됐다.
허엽 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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