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 씨와 관련한 언론보도와 검찰수사에 대한 대응에 앞서 이번 사건 책임자들의 결단과 자체 참회 및 정화노력이 더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불교계 내부의 뿌리 깊은 권력투쟁에서 비롯됐다. 동국대의 주도권을 지키려는 보림회 소속의 이사장 영배 스님과 영담 스님, 주도권을 찾으려는 직지사단의 장윤 스님과 총무원 일부 간부 스님들 간 암투였다. 하지만 세상을 온통 뒤흔들어 놓은 사건 당사자들 중 누구도 책임지려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의 신 씨 비호 의혹을 폭로한 뒤 잠적한 장윤 스님이 전등사 주지직에서 사퇴했지만 중앙종회 의원, 대구 능인학원 이사장직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반대편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신 씨의 허위 학력을 폭로한 장윤 스님을 무리하게 이사직에서 내쫓은 뒤 신 씨의 허위 학력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신 씨를 옹호하기에 바빴다. 영배 스님은 “신 씨의 학력이 허위라면 책임지겠다”고 거듭 밝혔다. 장윤 스님을 이사직에서 해임시키는 데 앞장섰던 영담 스님도 마찬가지다.
불교계의 한 인사는 “관가나 일반 회사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면 당사자들이 모두 줄줄이 사표를 썼을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불교 재야단체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참여불교재가연대 등 재야단체들은 종단 개혁과 자정을 요구하는 법회와 삼보일배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무원 측도 봉암사 결사 60주년을 맞아 포살법회 월 1회 개최를 전체 승단 차원에서 추진키로 했다. 포살법회는 전체 승려들이 본사에 모여 칭찬할 사람은 칭찬하고, 허물 있는 사람은 대중 앞에서 참회토록 하는 자계(自戒)의식이다.
하지만 이 같은 대증요법으로는 불교계의 고질적인 악습들을 뿌리 뽑기 어렵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특히 종단 내분을 수습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야 할 총무원이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일부 정치승들에게 끌려 다니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불교계의 한 인사는 “종권투쟁에 골몰하는 인사들을 대체할 세력이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1947년 불교계에 ‘부처님 법대로’라는 새 비전을 제시했던 봉암사 결사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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