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 밀매상을 만났나? 순간 착각했다. 22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탤런트 송일국(36)은 어느새 무기 전문가가 돼 있었다. 그는 10월 3일 오후 9시 55분에 처음 방영되는 SBS 수목드라마 ‘로비스트’(극본 최완규·연출 이현직)에서 무기 전문 로비스트 ‘해리’ 역을 맡았다. ‘로비스트’는 국제정치, 무기 암거래, 권력 암투 등 세계 무기 시장을 무대로 치열한 정보전을 펼치는 로비스트들을 그린 24부작 드라마다. 해리의 라이벌이자 재벌가 아들인 강태혁(한재석)과의 경쟁, 여성 로비스트인 마리아(장진영)와의 사랑 이야기가 드라마의 양축을 이룬다.
검은색 재킷으로 멋을 낸 그는 각종 무기 관련 자료를 보여 주며 “국방백서, 한국국군 연감, 무기 관련 군사전문 서적을 쌓아 놓고 읽었다. 내 생일이 국군의 날 아니냐”면서 자신감을 보이더니 “그런데 난 단기사병(방위병) 출신”이라고 털어놓으며 씨익 웃었다.
○ ‘활’을 버리고 ‘총’을 잡다
그에게 정윤재, 신정아 등 최근 우리 사회를 뒤흔든 사건들로 인해 로비스트란 말에 왠지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다고 하자 ‘브로커와 로비스트는 다르다’며 정색했다.
“로비스트는 전문지식을 갖고 정책적 관심을 대변하지만 브로커는 사적인 경제 이익을 도모하죠. 현재 로비스트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데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에 로비스트가 필요한 부분이 많습니다.”
이어 마치 실제 로비스트가 항변하듯 로비스트의 덕목도 조목조목 설명했다.
“화려한 파티부터 생사를 가르는 오지까지, 로비스트는 모든 곳에서 협상해야 합니다. 외국어 두서넛은 기본이고, 탱고 등 사교춤도 배워야죠. 무엇보다 로비스트는 전문가입니다. 각 나라의 무기 정책, 현황, 체계를 모두 꿰고 있어야 합니다. 사람 다루는 기술도 중요하죠. 협상 대상의 취향부터 사생활까지, 완벽한 정보가 있어야 합니다.”
미국 버지니아 주에서 영국제 경량탱크를 몰았던 경험, 키르기스스탄 사막에서 소총을 수백 발 쏜 이야기, 실제 로비스트인 린다 김과의 만남 등 ‘주몽’이 사라진 그의 마음속에는 로비스트 해리만 존재하는 듯했다.
“동북아는 거의 군비 각축장입니다.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일본의 군사력 경쟁이 치열해요. 한국도 지난해 전체 예산의 10%인 22조 원이 국방 예산입니다. 주몽이 고구려에 대한 관심을 일으켰듯, 이번엔 우리 안보에 대한 관심을 일으키고 싶어요. 좀 거창하게 이야기했는데…사실 모든 사람이 로비스트 아닙니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모든 일은 결국 인간관계 속에서 이뤄지잖아요. 사람을 알고 의견을 조율하고….”
○ 50대 전성기를 꿈꾼다
‘애정의 조건’ ‘해신’ ‘주몽’ 등 그가 나오는 드라마는 대부분 성공을 거뒀다. 방송가에서는 ‘시청률 50%(주몽) 배우’란 타이틀의 단맛 때문에 당분간 그가 휴식을 취하리라 예상했다. 큰 흥행작을 끝낸 스타 중에는 거액을 쉽게 벌 수 있는 CF 찍는 데 몰두하고 부담이 큰 차기작은 일찍 선택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전 놀면 안 돼요. 자주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경기) 대회에 참가하는데 주몽 촬영으로 지쳐 있을 때 가장 좋은 기록이 나왔어요. 힘든 상황에 몰리면 무언가 나옵니다. 남들은 액션신 찍고 밤새우면 죽으려고 하는데, 저는 오히려 살아나요.”
그는 주몽의 성공 이후 한때 자만심을 가졌지만 어머니 김을동(62) 씨의 충고가 큰 도움이 됐다고 털어놨다.
“4월 북한 동명왕릉 방문 때 실제 주몽처럼 국빈 대접을 받기도 하고 후지TV에서 방영되는 ‘주몽’ 때문에 일본에 가니 공항에 1000명이 넘는 팬이 몰리고. 하지만 주몽을 보시면서 어머니는 늘 ‘저걸 연기라고 하느냐’ ‘그런데도 인기가 있으니 천운을 타고났다’며 한숨을 쉬십니다. 성공할수록 누군가에게 충고를 듣기 어려운데…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어요.”
말 한마디 가볍게 하지 않는 이 배우,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
“이제 겨우 배우로서 기본을 갖췄을 뿐 섬세한 감정 표현과 대사 전달 등 부족한 게 많습니다. 할리우드에는 환갑이 넘어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배우가 많잖아요. 50대 이후를 제 연기의 전성기로 잡고 매진하고 싶습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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