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국립오페라단 ‘맥베드’ 韓-헝가리 두 소프라노 연기대결

  • 입력 2007년 9월 27일 02시 59분


“어떡하지? 피가 씻기지 않아.”(맥베드)

“뭘 걱정하시죠? 내 손에도 묻었잖아요.”(레이디 맥베드)

베르디 오페라 ‘맥베드’의 원작은 셰익스피어의 3대 비극 중 하나다. 주인공은 맥베드(바리톤) 장군이지만 그는 용기도 없고 죄의식으로 인한 두려움에 떠는 인물. 그래서 실제적으로 오페라를 이끌어가는 힘은 남편으로 하여금 덩컨 왕을 살해하도록 부추기는 레이디 맥베드(소프라노)에게서 나온다.

베르디의 초기작인 ‘맥베드’는 공연이 쉽지 않은 작품이다. 장면전환도 많을뿐더러 주역 가수들에게 고난도의 테크닉과 성량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10월 4∼8일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되는 국립오페라단의 오페라 ‘맥베드’에서는 저음과 고음을 넘나들며 강렬한 목소리 연기를 하는 두 소프라노의 대결이 볼 만하다. 서혜연 서울대 교수와 헝가리 출신의 게오르기나 루카치. 리허설 도중 쇳소리에 가까운 분노에 찬 열창에 이례적인 박수가 터져 나올 만큼 보이지 않는 경쟁은 뜨겁다.

“수많은 오페라를 해 봤지만 레이디 맥베드처럼 사악한 여주인공을 본 적이 없어요. 다른 오페라에는 사랑 이야기가 있는데 이 작품엔 전혀 없어요. 오직 왕관을 차지하려는 야망에 불타 끝까지 남편과 자신을 죄로 몰아가지요.”

서 씨는 1989년 이탈리아 라스칼라 극장과 밀라노 시가 공동 주최한 오페라 ‘마하고니 시의 흥망’에서 주역으로 데뷔한 뒤 유럽에서 활동해 왔다. 그는 “레이디 맥베드의 사악함을 표현하기 위해 여름 내내 공포 스릴러 영화도 많이 보고, 정신과 병원에서도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루카치는 22세에 베를린 오페라의 최연소 토스카로 주목을 받았으며 이후 영국 코벤트가든, 이탈리아 스칼라극장, 뉴욕 메트로폴리탄, 빈 슈타츠오퍼 등에서 주역으로 활동해 왔다. 특히 레이디 맥베드 역은 10년 동안 70번 넘게 했을 정도로 그의 장기다.

“레이디 멕베드는 사악하지만 나쁜 여자에게도 영혼은 있지요. 그녀가 사막에서 몽유병에 걸려 자살하는 장면에서 보여 주는 나만의 캐릭터 연기에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곤 합니다.”

지휘는 지난해 영국 코벤트가든에서 오페라 ‘파우스트’, 뉴욕 메트로폴리탄에서 ‘세비야의 이발사’를 공연했던 이탈리아 출신 마우리치오 베니니가 맡았다. 맥베드 역에는 루마니아 출신의 바리톤 알렉산드루 아가케와 유동직 씨가 더블 캐스팅됐다. 1만∼15만 원. 평일 오후 7시 반, 주말 오후 4시. 02-586-5282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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