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내용은 방송위원회가 대선을 앞두고 강태영 연세대 교수, 이강형 경북대 교수, 이호규 동국대 교수, 김동윤 연세대 강사 등에 의뢰해 지난달 펴낸 ‘선거방송 공정성 확보방안 연구’에서 나왔다. 이번 연구 보고서는 선거보도의 편향성뿐 아니라 피상적인 TV토론회, 경마식 여론조사 보도 등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자들은 “선거과정에서 방송매체 스스로가 일정한 형식의 정치적 메시지를 생산하거나, 적어도 가공하는 주체가 돼 선거방송의 공정성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송위로부터 이번 연구보고서를 제출받은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은 “방송은 ‘미디어 선거’에서 가장 비중 있는 매체임에도 아직 공정성을 위해서 해결해야할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선정적, 특정 정파 편향성 우려=방송위가 펴낸 이번 보고서는 선거보도가 △흥미위주의 이벤트성 행사가 주를 이루고 △후보자들 사이의 당리당략과 이전투구 및 지역갈등에 몰두하며 △여당 및 여당 후보자 중시의 편파보도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편파보도에 있어 방송에 여당 후보자들이 야당 후보자들에 비해 할당된 보도시간이 많고, 영상화면, 위치, 배경 등의 방송기술로 좋은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학계와 언론계, 시민단체 등 관련 전문가 162명을 대상으로 방송이 공정한 선거보도를 위해 고려해야 할 사항을 조사한 결과 ‘후보의 공식적 발언에 대한 왜곡 보도 금지’가 5점 만점에 4.85점으로 가장 높았다. 뒤이어 ‘취재정보의 부정확시 보도금지(4.75점)’, ‘조직 내적 통제로부터의 독립성(4.66점)’이 차지했다.
국내 선거방송이 정확성, 독립성 및 중립성 준수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그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선정주의(21.7%)’, ‘방송조직과 정치조직의 결탁(12.5%)’ 등을 꼽았다.
▽피상적 TV토론회 문제=보고서는 1995년 서울시장선거에 도입된 이후 날로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TV토론회가 피상적이라 유권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TV토론회에 대한 전문가 조사에서 ‘너무 형식적인 공정성에 치중한 나머지 후보들에게서 심층적이고 차별적인 응답을 얻기 힘들다(4.24점)’, ‘토론 시간이 너무 제한돼 있어 피상적인 이야기만 늘어놓고 있다(4.16점)’가 높은 점수를 얻었다.
TV토론에 대한 개선방향에 대해서는 ‘단순 정견 발표 및 홍보성 답변을 위한 질문 금지(4.41점)’, ‘후보자 간 인신공격 시 사회자의 지적(4.31)’ 등이 제시됐다.
보고서는 “현재의 ‘기자회견형+후보자 간 직접 토론형’ TV토론 포맷에서 벗어나 1인 기자회견형, 시민포럼형 등 다양한 포맷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상설 심의기구 필요=보고서는 선거방송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상설심의기구 설치를 제안하는 등 제도적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연구자들은 “현행 선거보도 심의기구는 극히 제한적이고 형식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또 영국의 BBC가 일주일에 같은 시간대 프로그램에서 전체적으로 균형을 이루도록 권고하는 사례를 들며 “A 정당의 이벤트를 보도했다면 일주일 내에 B 정당의 비슷한 일을 보도하는 등 일주일 범위 내에서 같은 프로그램은 정당 간의 균형을 지켜야 한다는 식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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