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재주가 유별나게 뛰어난 이 부부는 한국 기능장 부부 1호다. 기능장은 현장 실무 분야에서 최상급 숙련기능을 갖춘 사람에게 주어지는 국가자격증이다. 현재 국내에서 기능장 자격증을 가진 사람은 1만3561명(남 1만3097명, 여 464명)에 이르지만 부부가 함께 기능장을 가진 경우는 이 부부가 유일하다. 남편은 용접, 아내는 기계가공 분야에서 자격증을 갖고 있다.
기계 분야가 공통 관심사이다 보니 이 부부의 대화 주제는 여느 부부와는 조금 다르다. 음식점에 가면 음식 맛에 대해 얘기하기보다는 고기 불판을 앞에 놓고 “어떤 금속재료로 만들었나” “이런 식으로 만들면 고기가 덜 타겠다”는 얘기가 오간다. 생활 주변에서 편리한 아이디어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이 부부의 취미다. ‘엘리베이터 신발장’처럼 주말에 서로 머리를 맞대고 뚝딱거리며 만들어낸 것이 30여 점에 이른다.
울산과 인천에서 각각 상고를 졸업한 부부는 1999년 한전기공 인천사무소에서 근무할 때 처음 만났다. 카풀을 하며 남편과 친해진 고 씨는 동료 남성들이 남편에 대해 좋게 평하는 것을 보고 결혼을 결심했다고 한다.
먼저 기능장 도전을 권유한 쪽은 남편이었다. 당시 생산기계, 전산응용가공 등 2개 분야에서 산업기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던 아내는 기능장 시험을 보기 위해 기계를 직접 깎고 다루는 업무를 집중적으로 배워야 했다.
고 씨는 “기능장을 따겠다고 결심하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각자 분야에서 최고가 되자’는 남편의 제안이 부담스럽기보다는 고마웠다”고 말했다.
고 씨는 “남성 중심의 거친 작업 현장에서 감독 업무를 담당하려면 힘든 일이 많았다”면서 “남편이 용접 지식은 물론 남성 직원들과 잘 지내는 법에 대해 귀띔해 준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3세, 4세짜리 아들 둘을 키우느라 얼마 전 회사를 그만둔 고 씨는 현재 남편과 함께 창업을 준비 중이다. 언젠가 둘의 아이디어를 접목해 아내가 설계한 것을 남편이 만들어 내는 시제품 제작센터를 운영하는 것이 부부의 꿈이다.
부부는 내년 초 기술기능 분야의 최고수 장인에게 주어지는 기술사 자격증에 도전할 계획이다.
김 씨는 “내친김에 ‘기능장 부부 1호’에 이어 ‘기술사 부부 1호’라는 타이틀도 갖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주요 국가기술기능자격증 응시 조건 등급 조건 기능사 -제한 없음 산업기사 -2년 이상 해당 분야 실무경력이 있는 사람-기능사 자격으로 1년 이상 실무경력이 있는 사람 기사 -4년 이상 실무경력이 있는 사람 -기능사 자격으로 3년 이상 실무경력이 있는 사람-산업기사 자격으로 1년 이상 실무경력이 있는 사람 기능장 -11년 이상 실무경력이 있는 사람-기능사 자격으로 8년 이상 실무경력이 있는 사람-산업기사 자격으로 6년 이상 실무경력이 있는 사람 기술사 -11년 이상 실무경력이 있는 사람-기능사 자격으로 8년 이상 실무경력이 있는 사람-기사 자격으로 4년 이상 실무경력이 있는 사람 기능사에서 기술사 쪽으로 갈수록 자격 수준이 높음. 자료: 한국산업인력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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