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발로 뛰고 눈으로 쓴 현대 중국학…‘아연중국연구총서’

  • 입력 2007년 9월 29일 03시 03분


◇ 아연중국연구총서(전 17권)/서진영 외 지음/164∼432쪽·22만 원(각 권 1만3000∼1만8000원)·폴리테이아

중국 경제의 급속한 성장에 대한 찬사와 놀람은 많지만 중국 경제의 급속한 성장 이면에서 극도로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는 빈곤층의 삶을 다룬 연구는 찾아보기 힘들다.

“중국 인구의 30%가 성공의 깃발을 휘날릴 때 70%는 휘날리는 깃발에 어지러워한다. 중국에서 70%는 9억여 명이다.”(중국연구총서 ‘전환시대의 중국 사회계층’)

9억여 명은 우리가 보지 못했던 중국이다.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50주년 기획으로 완간된 중국연구총서는 우리 중국학 연구가 그동안 보지 못했던 중국으로 시야를 넓혔다. 거시와 미시를 넘나들며 중국 정치·사회·문화의 역동적인 변화를 우리 시각으로 포착해 집대성한 최초의 기획이라 할 만하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부쩍 가까워진 중국 관련 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중국학은 외국 연구에 의존한 추상적 총론에 그치거나 중국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채 매너리즘에 빠져 이론적으로 엄밀하지 못하고 실용성도 떨어졌다는 게 아세아문제연구소의 판단이었다. 중국 관련 출판은 처세서나 여행서가 많은 점도 사실이다.

이 총서는 경제 농업 지방정치 선거 의회정치 외교 사막화 시민사회 호구제도 사회계층 노동관계 등 여러 부문에 충실한 각론 연구가 돋보인다. 특히 학자들이 현지 조사를 바탕으로 이뤄낸 연구 성과가 많다.

필자들은 중국학 각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를 하고 있는 소장학자들이다. 서진영 고려대 교수와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의 총론격인 책 2권을 필두로 중국 경제의 미래, 중국 중앙정치와 지방정치, 중국의 국제관계, 중국 사회의 역동성과 불안요인, 중국의 노동문제 등이 다각도로 펼쳐진다.

‘중국의 외교전략과 국제질서’에서 김재철 가톨릭대 교수는 중국의 부상이 미국과 패권을 다투는 공세적 대외정책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일반적 전망과 다른 분석을 내놓는다. 중국 외교전략과 정책을 실증 분석한 결과다. 김 교수에 따르면 중국은 강대국 외교정책을 펴고 있지만 기존 질서에 도전하지 않고 참여를 통해 목표를 달성하는 외교전략을 보인다.

‘중국 노동자의 기억의 정치: 문화대혁명 시기의 기억을 중심으로’에서 백승욱 중앙대 교수 등 7명의 연구자는 문화대혁명이 중국 노동자의 기억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직접 구술조사를 통해 분석해낸다. ‘지구화시대 중국의 노동관계’의 장영석 성공회대 교수는 중국 노동제도, 노동조합의 변화를 살피면서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이 노동조합을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인다는 결론을 내린다.

‘중국 시민사회 형성과 특징’은 중국의 정치변화를 국가 중심으로 봐온 기존 연구와 달리 시민사회의 동력을 분석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는 2002∼2006년 현지에서 중국 비정부기구(NGO)의 누장강(怒江) 댐 건설 반대운동을 조사했다. ‘사막중국’의 이강원 전북대 사회교육학부 조교수도 중국 타클라마칸 사막과 네이멍구 지역을 현지 조사한 뒤 사막화 메커니즘을 파헤쳤다.

중국에 대한 학문적 연구와 실용적 연구의 체계적 통합이 이뤄질 것이라는 아세아문제연구소의 기대가 과장이 아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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