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황금시대는 이슬람이 정복 전쟁으로 광대한 영토의 지배자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다른 문화를 적극 수용해 중세 최고의 문명을 이룩한 때였다. 애니메이션 ‘키리쿠 키리쿠’ ‘프린스 앤드 프린세스’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프랑스 감독 미셸 오슬로가 이 시대를 아름다운 그림과 얘기로 살려냈다.
‘아주르와 아스마르’는 애니메이션으로 먼저 선보인 이야기다. 영화에서 빠르게 스쳐 지나갔던 장면을 그림책으로 옮겨 오래도록 감상할 수 있게 됐다. 화려한 이슬람 건축 양식과 이슬람 문양들, 호화로운 궁전의 곳곳을 한 장 한 장 감상하는 즐거움이 무엇보다 크다. 해외 개봉 당시 ‘색채 미학의 극치’라는 평이 나왔다는데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여기에 아름다운 금발과 푸른 눈의 백인 아주르, 검은 눈과 검은 머리카락의 아랍인 아스마르의 모험담이 극적으로 펼쳐진다.
아주르의 유모이자 아스마르의 엄마에게서 자라난 아주르와 아스마르. 부유한 성주인 아주르의 아버지는 유모가 아들에게 들려주는 요정 얘기도 엉뚱하게만 생각되고, 아들이 유모의 아들과 어울리는 모습도 영 못마땅하다. 유모와 아스마르는 성 밖으로 쫓겨나지만, 청년이 되도록 아주르는 유모의 환상적인 요정 얘기와 아스마르와 형제처럼 붙어 지냈던 시간을 잊을 수 없다. 결국 아주르는 요정을 찾아 집을 떠난다.
나란히 누운 사랑스러운 아기들이 활달하게 숲을 뛰어다니는 소년들이 되고, 건장하고 잘생긴 청년들이 되는 그림 하나하나가 섬세하고 아름답다. 내레이션과 등장인물의 대화가 교차하는 진행이 애니메이션을 떠올리게 한다.
우연히 이른 낯선 땅이 바로 유모의 고향. 파란 눈이 불길한 징조라며 죄악시되는 곳이어서 아주르는 시각장애인 행세를 해야 한다. 천신만고 끝에 유모와 아스마르를 만나지만, 어렸을 적 쫓겨나 마음의 상처가 큰 아스마르는 아주르를 싸늘하게 대한다. 그렇지만 어렸을 적 들었던 요정을 만나려는 꿈을 품은 두 사람은 따로따로 요정을 찾아 나선다.
오슬로 감독은 “다른 편에 서 있는 사람들, 단지 그렇게 교육 받았기에 서로를 싫어하는 사람들에 관해 이야기하고, 유럽과 이슬람 문화의 상호 이해라는 메시지를 던져 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흰 얼굴과 갈색 얼굴의 사내가 때로는 서로를 부비기도, 때로는 등을 맞대기도 하는 장면은 오슬로 감독이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잘 드러낸다.
마법의 열쇠를 찾고, 붉은 사자를 물리치고, 검은 절벽 안으로 들어가는 문을 찾아가는 아주르와 아스마르. 마침내 요정을 만났을 때 두 청년은 손을 굳게 잡고 있다. 다른 피부색과 다른 종교에 대한 이해와 화합을 소망하는 작가의 의지가 담긴 장면이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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