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발레콩쿠르 금상 따자 여기저기서 러브콜”

  • 입력 2007년 9월 29일 03시 03분


핀란드국립발레단 주역 무용수 발탁 하은지 씨

올해 6월 미국 뉴욕 인터내셔널 발레콩쿠르에서는 한국인 남녀 무용수 6명이 주요 상을 휩쓸어 세계 무용계를 놀라게 했다. 그중 단연 돋보인 것은 여자 부문 금상을 차지했던 하은지(23·유니버설발레단·사진) 씨. 1차 예선이 끝나기도 전에 네덜란드국립발레단 안무자가 “당장 계약서에 사인하고 싶다”고 나섰고, 우승을 차지하자 아메리칸 발레시어터, 핀란드국립발레단 등 유수의 발레단으로부터 러브콜이 쏟아졌다.

하 씨가 선택한 것은 핀란드국립발레단. 당시 콩쿠르 심사위원이었던 디아나 비용 핀란드국립발레단장이 하 씨에게 전격적으로 주역 무용수 자리를 제의했기 때문. 한국인 발레리나가 외국에 진출할 때는 대부분 ‘코르드 발레(군무)’부터 시작하는 것과 달리 파격적인 대우였다.

“네덜란드국립발레단에는 김지영, 김세연, 유서연, 한상이 언니 등 4명이나 한국인 단원이 있어요. 아무래도 주역으로 설 수 있는 핀란드에서 활동하는 것이 좀 더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핀란드국립발레단은 75명의 단원으로 구성된 핀란드의 대표적인 발레단. 1956년 ‘춘향전’을 소재로 미하일 포킨이 안무한 발레 ‘사랑의 시련’을 리메이크 공연하기도 했다.

하 씨는 10월부터 ‘호두까기 인형’의 클라라, ‘잠자는 숲 속의 공주’의 오로라, 지리 킬리안 안무의 ‘피티 몰트’ 등 클래식과 컨템포러리 발레를 넘나들며 주역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하 씨의 외국 무용단 진출은 이번이 두 번째. 18세의 나이에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한 이후 잭슨 콩쿠르 특별상, 룩셈부르크, 프라하, 동아 콩쿠르에서 연속 금상을 차지한 그는 2004년 미국 네바다발레단에 전격적으로 스카우트됐다. 그러나 네바다발레단 입단 7개월 만에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입었다. 하 씨는 “수술 후 다리가 15도도 안 올라가 눈앞이 캄캄했다”고 말했다. 1년 6개월간 피나는 재활훈련 끝에 그는 다시 무대에 설 수 있었다.

김혜식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는 “은지는 몸의 유연성과 역할 표현력이 뛰어난 발레리나”라며 “한국 학생들의 국제콩쿠르 도전은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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