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 “신정아 사건 적극대처”

  • 입력 2007년 9월 29일 03시 19분


“불교 폄훼 말라” 한나라당 항의 방문 강원 오대산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오른쪽) 등 월정사 스님들이 28일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서 강재섭 대표를 만나 일부 언론의 문화재 관리 국고 지원 의혹 보도가 한나라당의 자료 제출에서 비롯된 불교 폄훼라며 시정을 촉구했다. 면담 뒤 배웅하러 나온 이상배 의원에게 다시 한 번 유감을 표명하는 스님들. 이종승 기자
“불교 폄훼 말라” 한나라당 항의 방문 강원 오대산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오른쪽) 등 월정사 스님들이 28일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서 강재섭 대표를 만나 일부 언론의 문화재 관리 국고 지원 의혹 보도가 한나라당의 자료 제출에서 비롯된 불교 폄훼라며 시정을 촉구했다. 면담 뒤 배웅하러 나온 이상배 의원에게 다시 한 번 유감을 표명하는 스님들. 이종승 기자
불교계가 신정아 씨 사건으로 촉발된 총체적 난국 수습에 적극 나서고 있다.

동국대와 신정아, 변양균 씨 등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내우외환(內憂外患) 국면의 전환점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우선 ‘외환’에 대한 대응이 달라졌다. 정치권과 검찰, 언론을 향해 조직적인 대응이 이뤄지고 있다. 불교계의 장자종단인 조계종은 내달 5일 전국 25개 본사 주지회의를 소집해 이번 사태에 대한 대국민사과와 불교계를 향한 음해를 중단하라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할 예정이다.

불교계를 향해 봇물 터지듯 쏟아진 언론의 비판기사들에 대한 대응도 적극적이다. 오대산 월정사는 문화재 관리 국고지원 의혹을 보도한 일부 언론에 대해 28일 언론중재위에 제소하는 한편 정정 및 사과를 요구했다. 또 종교재단이 운영하는 다른 언론에 대해서도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한 일부 사찰에서는 언론사 항의 방문을 위해 신도 규합 움직임까지 보였지만 내부 의견 조율이 이뤄지지 않아 ‘실력 행사’는 무산됐다.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조계종은 월정사 국고 지원 및 템플스테이 국고 지원과 관련해 잘못된 언론보도의 실마리를 제공했다며 한나라당 박찬숙 의원과 정종복 의원에 대해 해명을 요구했다. 또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이 28일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를 찾아 유감의 뜻을 전달했고, 강 대표는 “관계없는 사건으로 피해를 준 데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 당에서 관리감독을 잘하겠다”고 사과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 불자 출신 의원인 주호영 후보비서실 부실장 등도 한나라당에 대한 불교계의 오해를 풀기 위해 조계종 고위층과 다각적인 접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도 최근 불교계 문화재 보수비용 지원까지 문제 삼은 당내 의원들을 겨냥해 “이걸 무슨 불법 지원이라고 해서 불교계 전체에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흐트러진 전열 정비도 서두르고 있다. 지난해부터 공금 횡령 등으로 말썽을 빚어 온 마곡사 주지 진각 스님이 21일 주지 직을 사퇴했다. 마곡사 사태는 말사 주지 임명 대가로 거액을 수수하는 등 불교계 비리의 전형으로 지목됐으나 총무원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아 논란이 돼 왔던 곳이다. 그렇다고 해서 불교계의 고민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외환’을 촉발시킨 ‘내우’의 당사자들을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중앙종회 의원인 장윤 스님을 중심으로 한 총무원 주변의 일부 스님, 동국대 이사회를 장악해 온 영배, 영담 스님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고서는 추락한 불교계의 명예회복도, 언론사나 정치권을 향한 대응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 이해관계와 계파로 갈린 상황에서 책임을 물을 정도의 도덕성과 지도력을 누가 발휘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수도권 사찰의 한 스님은 “먼저 우리 눈의 들보부터 걷어 내야 남의 눈의 티끌을 문제 삼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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