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그림 ‘서민들의 미술관’

  • 입력 2007년 10월 1일 03시 01분


디자인 인쇄 업체가 몰려 있는 서울 중구 충무로에 내년 달력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미리 만드는 기성품 달력은 제작이 끝났고 (대)기업체 달력은 막바지 디자인 작업이 한창이다. 이들 기업체 달력에는 대부분 미술 작품이 수록된다. 이런 달력들은 보통 사람들이 미술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경로 중 하나다.

○ 달력의 인기 작가들

달력은 희망을 품어야 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밝은 분위기의 작품을 선호한다. 편안하고 밝고 화사하면서도 사계절 감각이 뚜렷한 작품이다. 너무 쉬워도, 너무 어려워도 곤란하다. 그러면서도 지명도가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찾고자 한다.

작고 화가로는 김환기 장욱진, 생존 작가로는 김종학 사석원 이왈종 이수동 씨 등이 인기 반열에 들어간다. 경매에서 최고 인기를 누리는 박수근의 작품은 가라앉은 분위기여서 달력에 쓰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경향도 있다. 내년엔 천경자 강요배 김병종 씨 등의 작품도 기업체 달력에 등장한다.

○ 사진의 강세

삼성그룹은 국내 작가의 작품만으로 내년 달력을 제작할 예정. 작가 선정이 끝나지 않았지만 그림은 천경자 씨의 작품을 검토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사진을 메인으로 꾸민다는 점이다. 삼성문화재단은 “지난해에도 구본창 씨의 백자 사진을 넣은 달력을 만들었고 올해엔 사진을 삼성 달력의 메인으로 부각할 계획”이라며 “60대 정도의 준원로급 사진작가를 선정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우리은행도 사진 작품을 쓰기로 했다. 그 대상은 최근 전시마다 매진을 기록하는 배병우 씨의 작품이다.

○ 젊은 작가들의 진출

내년도 달력에 30, 40대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나온다는 점도 새로운 변화다. 태평양은 홍지연 씨의 작품으로 달력을 만든다. 홍 씨는 민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호평을 받은 작가다. ING생명은 홍경택 여동헌 제유성 씨 등 젊은 작가 6명의 작품으로 달력을 만들고 있다. 홍 씨는 5월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연필’ 작품으로 7억7000만 원의 낙찰가를 기록했던 작가. 젊은 작가들의 작품은 디자인적 특징이 뚜렷한 그림이다.

가나아트갤러리의 저작권 담당 오상현 과장은 “기존의 익숙한 작품이 밝고 편하긴 하지만 최근 새롭고 젊은 스타일의 작품을 원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면서 “아직 작품이 다양하지 않아 사계절 분위기를 맞추려면 여러 명의 작품을 함께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저작권료는

달력에 미술 작품을 실으려면 생존 작가나 유족(작가가 타계한 지 50년 이내) 또는 작품 소장자 등에게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한다.

저작권료가 가장 높은 작가는 김환기(1974년 타계)로 컷당 500만 원 안팎이라고 한다. 장욱진(1990년 타계) 박수근(1965년 타계)의 작품은 약 300만 원에 이른다. 천경자 김종학 씨 등 원로급 작가들은 200만 원, 사석원 이수동 씨 등 중견 작가들은 150만 원, 젊은 작가들은 120만 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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