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판화의 역사는 길고 광범위한데도 판화에 대한 이해는 부족한 편이다. 고무판이나 목판에 양각 음각으로 무언가를 새긴 뒤 잉크나 물감을 칠해 찍어내는 것만을 판화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현대 미술에서 판화의 개념이 넓게 확장되고 있다.
3∼7일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2007 서울국제판화사진 아트페어’(SIPA 2007)에 가면 그동안 보지 못했던 판화의 진면목을 감상할 수 있다. 이 아트페어에는 한국 일본 중국 미국 프랑스 등 14개국의 화랑 및 공방 70여 곳이 참가해 판화 1200여 점, 사진 800여 점을 선보인다.
그런데 왜 판화와 사진을 함께 전시하는 걸까. 사진도 판화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판화작가 김홍식 씨는 “현대미술에서 판화는 멀티플 아트(multiple art), 즉 동일한 모습으로 복제가 이뤄지는 장르를 의미한다”며 “여러 장을 인화할 수 있는 사진을 비롯해 틀로 찍어내는 조각품이나 복제 가능한 영상도 판화에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전시 판화는 또 순수 회화에 버금할 정도로 현란하고 다양한 색채를 지녀 보는 이를 놀라게 한다. 김 씨는 “서너 가지 물감만 이용해도 다양하고 화려한 색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트페어 출품작들은 판매 예상 가격이 10만 원대부터 1억 원대에 이르기까지 폭이 넓다. 1억3000만 원에 나온 만 레이의 사진, 6000만 원짜리 데미안 허스트 판화, 2000만 원의 구본창 사진, 1000만 원의 박서보 판화 등.
2일 오전 11시 예술의전당 맞은 편 갤러리K에서는 이번 아트페어의 하나로 화상들만 참가하는 판화 옥션(일반인 관람 가능)도 열린다. 02-521-9613∼4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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