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가능한 모든 이미지는 판화 장르”

  • 입력 2007년 10월 1일 03시 01분


13세기 고려 팔만대장경도 일종의 판화고, 19세기 일본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우키요에 ‘붉은 후지산’이나 20세기 미국 앤디 워홀의 ‘자화상’ ‘꽃’도 판화다.

이처럼 판화의 역사는 길고 광범위한데도 판화에 대한 이해는 부족한 편이다. 고무판이나 목판에 양각 음각으로 무언가를 새긴 뒤 잉크나 물감을 칠해 찍어내는 것만을 판화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현대 미술에서 판화의 개념이 넓게 확장되고 있다.

3∼7일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2007 서울국제판화사진 아트페어’(SIPA 2007)에 가면 그동안 보지 못했던 판화의 진면목을 감상할 수 있다. 이 아트페어에는 한국 일본 중국 미국 프랑스 등 14개국의 화랑 및 공방 70여 곳이 참가해 판화 1200여 점, 사진 800여 점을 선보인다.

그런데 왜 판화와 사진을 함께 전시하는 걸까. 사진도 판화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판화작가 김홍식 씨는 “현대미술에서 판화는 멀티플 아트(multiple art), 즉 동일한 모습으로 복제가 이뤄지는 장르를 의미한다”며 “여러 장을 인화할 수 있는 사진을 비롯해 틀로 찍어내는 조각품이나 복제 가능한 영상도 판화에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전시 판화는 또 순수 회화에 버금할 정도로 현란하고 다양한 색채를 지녀 보는 이를 놀라게 한다. 김 씨는 “서너 가지 물감만 이용해도 다양하고 화려한 색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트페어 출품작들은 판매 예상 가격이 10만 원대부터 1억 원대에 이르기까지 폭이 넓다. 1억3000만 원에 나온 만 레이의 사진, 6000만 원짜리 데미안 허스트 판화, 2000만 원의 구본창 사진, 1000만 원의 박서보 판화 등.

2일 오전 11시 예술의전당 맞은 편 갤러리K에서는 이번 아트페어의 하나로 화상들만 참가하는 판화 옥션(일반인 관람 가능)도 열린다. 02-521-9613∼4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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