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수들의 어머니’ 조성애 모니카 수녀를 9일 그가 사는 서울 용산구 산천동 샬로트 성 바오로 수녀원에서 만났다. 그는 사형수의 사랑을 그린 공지영 씨의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주인공 ‘모니카 수녀’의 실제 인물이다.
노수녀는 그때 그 사형장의 분위기를 “거룩했다”고 묘사했다. 뜻밖이었다.
“어떤 사형수가 그러더군요. ‘이 세상에 태어나 사랑을 체험한 곳이 교도소였습니다. 신부님과 수녀님을 만나 사랑이란 걸 알았습니다’. 그리고 눈물을 흘리더군요. 그래서 ‘슬퍼서 울어’ 하고 물었더니 ‘아니요, 그냥 눈물이 나와요’라고 대답했어요. 사형수들은 그러지요. ‘내가 감히 어떻게 살려 달라는 말을 할 수 있겠느냐’고요. 원망의 말 한 마디 없이 갔지요.”
그리고 하얀 장막 뒤에서 전기 스위치가 ‘철컥’ ‘철컥’ 내려가는 소리에 몸서리를 쳤다고 했다. “다음 날 그 아이들이 보낸 편지를 다 태우고 밤에 불을 끄고 침대에서 자려는데 그 아이들이 하나씩 다 나오더군요.”
조 수녀는 1977년부터 사형수들과 편지 상담을 시작했다. “나이가 젊다”는 이유로 12년간 편지 왕래만 했다. 사형수와의 대면접촉은 1989년부터 시작했다. 그렇게 18년이 흘렀다. 그가 만난 사형수는 흉악범의 대명사였던 ‘지존파’와 ‘막가파’도 있었다. 기자가 찾아간 그날도 조 수녀는 교도소에서 막가파의 일원이었던 요한과 또 다른 사형수 안드레아를 만나고 왔다. 그렇게 매주 화요일 그는 빵을 사들고 사형수들을 찾는다. 조 수녀의 ‘아이들’은 일반수까지 포함해 전국 곳곳에 20여 명이나 흩어져 있다.
“우리는 사형 집행을 한 번 하지만 그들은 수십 번 죽임을 당합니다. 언제 ‘넥타이공장’(사형장)에 불려가지 않을까. 매일 매일을 삶과 죽음 사이에서 살고 있어요.”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가해자의 인권이 있다면 피해자의 인권도 있는 것 아닐까. 지금까지 사형제 폐지의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이 문제였다. “절대로 그들이 잘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사람은 바뀝니다. 반쯤 미친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르지요. 그런데 회개하고 정화가 됩니다. 얼굴부터 달라져요. 어린애처럼 얼굴도 고와지지요. 그런데 정화된 다음에 법의 이름으로 사형이 집행된다는 것이 너무 모순적인 일 아닌가요.”
조 수녀는 지금도 가해자의 가족뿐 아니라 피해자의 가족까지 만나러 다닌다. 그러나 피해자 가족을 만나는 것은 훨씬 더 힘든 일이다. 조 수녀는 사형수들이 살아온 얘기를 듣노라면 우리 사회도 분명 그들의 행위에 책임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사형수는 타인의 삶을 빼앗고, 타인에게 삶을 빼앗겨야 할 극한적 상황으로 자신을 유기해 버린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 한계와 반대편의 한계 상황 사이에 변화가 생겼다면…. 그 물음이 조 수녀가 가석방 없는 종신형제를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대한민국은 사형제 폐지국가” 선포식
10년간 사형집행 없어 12월 30일 국제 공인
대한민국이 사실상 사형제 폐지 국가가 됐음을 알리는 ‘사형폐지국가 선포식’이 10일 오후 1시 반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한국사형폐지운동협의회(회장 이상혁 변호사)를 비롯한 20개 인권단체가 주최한 이날 행사엔 김대중 전 대통령과 안경환 국가인권위원장, 유인태 국회 행정자치위원장, 대한불교조계종 지관 총무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은 세계 사형 폐지의 날이다.
이상혁 회장은 “대한민국은 1997년 12월 30일 23명의 사형 집행 이후 10년간 사형 집행이 없었다”며 “10년간 사형 집행이 없으면 국제적으로 ‘사형폐지국가’로 공인을 받기 때문에 대한민국도 올 12월 30일에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인정받는다”고 말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