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각 시대]내 몸이 막 녹아내리고 있어

  • 입력 2007년 10월 12일 03시 03분


《“빛을 보기 위해 눈이 있고, 소리를 듣기 위해 귀가 있는 것처럼 사람들은 시간을 느끼기 위해 가슴을 갖고 있단다… 하지만 세상엔 아무것도 못 느끼는 눈멀고 귀 먹은 가슴들이 수두룩하단다.”(미하엘 엔데의 ‘모모’ 중에서) 와인 한 잔을 탁 트인 스카이라운지에서 마시면 평소와는 다른 맛이 납니다. 감성과 감각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시대입니다. 바쁜 세상을 사느라 눈멀고 귀 먹은 가슴을 오감(五感)으로 일깨우는 감각적인 장소를 마이 위크엔드가 찾아갑니다.

문을 열자 귀와 코가 깨어난다. 나지막한 선율과 옅은 향내. 잠시 후 몸이 한마디 건넨다. “프라이팬 위 버터처럼 몸이 녹고 있어….” 서울 신라호텔 겔랑스파는 분위기에 취하게 만든다.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 ‘겔랑’이 운영하는 곳이다. 단순한 마사지 장소가 아니라 자연 풍경과 음악, 향기 등과 함께 즐기는 곳이다. 200평 남짓한 이곳에서 오감은 저마다 출사표를 내며 10여 명의 마사지 테라피스트들과 함께 손님을 맞고 있다.》

○경(景)… 남산이 내 몸 속에 들어오네

답답하고 칙칙한 마사지 방?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 모든 마사지 코스 전에 거치는 족욕방에 들어서면 남산과 남산타워가 눈앞에 펼쳐져. 마사지방에서도 낮에는 푸르른 전경을, 밤에는 남산의 야경을 볼 수 있지. 방 안 가득 담긴 장미꽃, 촛불과 함께 마치 자연 속에서 마사지를 받는 느낌이랄까?


촬영 : 박영대 기자

○음(音)… 새소리 파도소리가 몸을 녹이네

음향으로 몸을 녹여 봤어? 이곳의 ‘분위기메이커’는 바로 나지. 새소리, 파도소리 등 자연의 소리와 함께 유키 구라모토의 피아노 선율이 덴마크 오디오 전문업체인 ‘뱅앤드올룹슨’ 오디오에서 흘러나오지. 사람들이 귀를 쫑긋 세우며 호기심을 가지는 나지막한 소리가 ‘최면’을 거는 느낌이랄까?

○향(香)… 내가 고른 향기가 날 편하게 하네

이곳의 특징은 바로 ‘향수 고르기’라고. 향수 2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면 마사지 방에 적당히 뿌려지지. 이번 주는 잔디 향기가 나는 ‘허바 프레스카’와 ‘자몽’ 향수 이렇게 두 가지지. 문지현 매니저는 “향기를 일종의 ‘첫인상’으로 생각했다”며 “자신이 원하는 향이 나오면 심적으로 편안해진다”는 말도 했지.

○미(味)… 국화차부터 와인까지 입도 즐겁네

15분 족욕 서비스 때 나오는 오렌지 주스와 포도 주스, 국화차, 녹차는 기본. 마사지가 끝난 뒤에도 한 잔이 나오지. 와인을 주문할 수도 있고 손님이 직접 가져와 마실 수도 있어. 마사지 테라피스트들은 혈액 순환을 위해 몸 온도와 비슷한 ‘미지근한 물’ 한 잔을 추천하더군.

○촉(觸)… 일대일로 손님을 지켜주네

오일 습식 마사지는 몸을 부드럽게 해주지. 몸 상태에 따라 테라피스트가 적절한 마사지를 해주는 것도 이곳의 특징 중 하나. 얼굴과 몸 각각 60분, 90분, 120분 등 총 30여 가지로 마사지 코스가 다양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아 흠이지. 60분 얼굴 마사지 프로그램 ‘익스프레스 페이셜’이 15만5000원이니까. 02-2230-1167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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