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먼, 제발 오늘은 아무것도 잃어버리지 마.” “알았어, 누나.”
그렇지만 스웨터를 입고, 외투를 걸치고, 목도리를 두르고, 모자를 쓰고, 장갑을 끼고, 가방을 메고, 가방에 크레용을 넣고, 한 손에는 책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고양이 그림을 든 어린 남동생이 아무것도 잃어버리지 않고 집에 오기란 그야말로 ‘미션 임파서블’이다.
이 사랑스러운 이야기는, 학교에 들어간 지 얼마 안 되는 게 틀림없어 보이는 호기심 많은 아이 사이먼과 그 사이먼 때문에 속이 타는 다감한 누나 아델이 막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뉴욕타임스가 2006년 나온 그림책 중 ‘올해 최고의 책’으로 꼽은 책이다. 펜으로 그린 스케치와 부드러운 수채화 색감의 그림은 “마치 칼데콧(19세기 영국의 일러스트레이터. 미국도서관협회가 그 이름을 따 매년 최고의 그림책을 선정해 칼데콧상을 준다)의 그림을 보는 듯한 느낌”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호평을 받았다. 미국인 일러스트레이터답게 만화적인 분위기도 풍기지만, 이 그림 스타일은 오히려 이야기의 흥을 돋우는 역할을 한다.
배경은 파리. 때마침 나뭇잎이 노랗게 물든 가을이다. 한 장 넘기자마자 책가게, 꽃집, 채소가게로 가득한 골목이 나온다. 시장에 어찌나 사람이 많은지 아델과 사이먼을 찾기가 수월치 않다. “누나, 내 고양이 그림 못 봤어?” 사이먼은 벌써 고양이 그림을 잃어버렸다.
남동생을 데리고 집까지 가기란 거의 여행 수준. 일단 공원 의자에 앉아서 간식을 먹으려는데, 사이먼이 나무에 올라가 버렸다. 그새 책을 잃어버린 줄도 모르고, 사이먼은 공룡을 보러 가잔다. 자연사박물관에서 공룡뼈 사이를 돌면서 놀다가 목도리를, 햇볕 따뜻한 거리를 걷다가 장갑 한 짝을 잃어버렸다. “또야?” 누나의 타박에도 사이먼은 느긋하기 이를 데 없다. 아직 한 짝이 남아 있잖아! 사이먼의 여유는 어른들의 마음에 먼저 와 닿는다.
이 그림책의 매력은 ‘숨은 그림 찾기’. 근사한 파리 풍경 곳곳에 사이먼이 잃어버린 물건들이 숨어 있다. 고양이 그림은 시장 어딘가에, 책은 공원 또 어딘가에…. 아이와 함께 사이먼이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할 듯. 이야기의 배경이 된 20세기 초 파리의 유서 깊은 장소와 당시 사람들의 모습을 그림으로 옮기기 위해 작가는 자료를 꼼꼼하게 살폈다. 뤽상부르 공원, 루브르 박물관, 노트르담 대성당 등 파리의 명물을 보는 즐거움도 크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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