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감정이 북받쳐 잘 운다. 배우 이미연(사진)을 만나기 전
그에 대해 들은 말이다. 왠지 그가 영화 ‘어깨 너머의 연인’(18일 개봉)에서 맡은 ‘보이시’하고 ‘쿨’한 사진작가 정완 역이 그의 실제 모습과 비슷할 것 같았다.
‘어깨 너머…’는 30대 두 도시 여성의 대조되는 사랑의 방식을 보여 준다.
결혼은 싫고 자유로운 연애만 원하는 정완과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해 편하게 사는 희수(이태란).
그런데 정완은 유부남과 사귀고 희수 남편은 어린 여자와 바람이 난다.》
한국판 ‘섹스 앤드 더 시티’를 표방하는 이 영화는 ‘연애의 목적’으로 알려진 시나리오 작가 고윤희가 쓴 솔직 대담한 대사로 채워졌다. 그 대사들을 이미연에게 질문으로 던졌다. 그 결과. 그는 정완과 비슷한 것 같지만, 아주 달랐다.
―“사랑한단 말 잘해?” “아니 별로.” “잘됐네. 나한테도 하지 마.”(정완, 만나는 유부남에게)
나도 쿨하다는 소리 좀 듣지만, 그런 사람들이 속으로는 더 고민이 많다. 정완은 오히려 너무 사랑받고 싶어서, 그 소리조차 들을 용기가 없는 게 아닐까. 실제의 나는 ‘사랑한다’는 말 좋아한다.(웃음)
―“어떻게 매번 속옷을 맞춰 입냐?”(정완, 속옷을 꼭 세트로 입는 희수에게)
나는 꼭 갖춰 입는다, 하하. (그러는 그는 인터뷰 전 잠옷 같은 트레이닝복을 입고 왔다.) 촬영 때는 트레이닝복만 교복처럼 입고 다닌다. 아마 다른 여배우들보다는 옷에 관심이 적을 듯. 트렌드만 좇는 건 정말 싫다.
―“이 세상에서 유부남이랑 사귀는 것들이 제일 멍청한 것들이야.”(희수)
물론이다. ‘정상적인’ 사랑을 해야 한다. 다들 자기 사랑은 정말 사랑이라고 하지만. 희수도 영화 초반엔 유부남과 사귀라고 부채질하다가 막상 자기 일이 되고 한 번 더 생각해 보니 그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결혼은 좀 그런데, 애는 하나 갖고 싶어.”(정완, 어머니에게)
요즘 이런 여성들이 많다지. 그분들을 이해한다. 그런데 내가 너무 보수적인 건지는 모르지만…. 나는 평범한 가정에서 엄마 아빠가 사랑하는 것도 보고 싸우는 것도 보며 자랐다. 그게 아이에게 최상의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오히려 가정을 갖고 싶은 쪽이다. 요새는 멋지게 차려입은 커플보다 2세가 있는 부부가 더 좋아 보인다. 그렇게 ‘쿨’한 척하는 정완도 엄마에게 가선 가족사진을 찍지 않나. (그의 눈에 갑자기 눈물이 가득 고였다. 당황스러웠다.) 나이가 드니 가족의 의미를 좀 알 것 같다. 가족사진 촌스럽다고들 하지만, 가족이 있어야만 찍을 수 있다. (그는 “마음속에 아직도 정완이 있어서 정완 얘기를 하면 눈물이 난다”고 했다. 참…배우는 배우다.)
―“내가 원하는 걸 이렇게 쉽게 가질 수 있는데 뭣 하러 열심히 일을 하나? (희수)
그런 팔자는 따로 있다. 그런 사람들을 부러워하지는 않는다. 친구들과 가끔 농담처럼 ‘우리는 뼈 빠지게 우리 힘으로 벌어먹어야 한다’고 푸념도 하지만 돈만 보고 결혼하는 건 이해 안 된다.
―“인생은 몇 번이고 ‘리셋’할 수 있는 거라 생각했어.”(희수)
철없을 때라면 “결혼하기 전으로 돌아가 결혼 안 하고 살겠다”고 대답했겠지. 결혼으로 얻은 것도, 잃은 것도 많지만(그는 배우 김승우와 1995년 결혼, 2000년 이혼했다)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도 똑같은 결정을 내릴 것 같다. 리셋? …그냥 순간순간을 제대로 열심히 살겠다.
글=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사진=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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