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자비]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 입력 2007년 10월 1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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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피스 시설인 ‘성모꽃마을’에 입원한 환자 중에 초등학생 자녀를 둔 두 아이의 엄마가 있었다. 뇌종양으로 1년 동안 투병생활을 하던 중 더는 가망이 없어 시설에 입원하게 된 36세 환자였다.

들어올 당시 이미 전신이 마비되어 있었고 양쪽 팔만 겨우 움직일 뿐이었다. 뇌종양이 허리까지 전이되어 숨쉬기가 어려워 기도 절개를 했고 코에 튜브를 끼워 음식물을 넣어 주고 있었다. 게다가 뇌압이 높아 이미 개두술을 한 상태였고 뇌손상으로 인해 눈이 보이지 않는 상태였다. 입은 다물어지질 않았고 몸에 소변 줄까지 끼워져 있었으니 너무나 참혹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더 가슴 아픈 것은 환자의 의식이 또렷하다는 것이었다. 지금의 모습과 통증, 두려움과 답답함은 물론 가족을 남겨두고 가야 한다는 절망감까지 고스란히 느끼고 있다는 것은 차라리 죽음보다도 더한 고통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고통 속에서도 신음소리조차 전혀 내지 않았다. 남편 말로는 아내가 참을성이 굉장히 많다고 했다.

어느 날 남편과 함께 있던 환자가 의도적으로 코의 튜브를 빼려고 했다. 잘 움직이지도 못하는 팔로 줄을 잡아당기기에 남편이 물었다. “당신 이 줄 빼면 음식을 못 먹잖아. 그러면 어떻게 되는 줄 알지? 그래도 빼고 싶어? 그러면 손을 올려봐.” 아내는 아주 힘겹게 머리 위까지 손을 올렸다. 잘 쓰지도 못하는 팔이 그렇게 많이 올라갈 줄은 몰랐다.

목에 연결된 산소공급 줄을 보며 다시 물었다. “당신 산소도 뺄까? 이거 빼면 숨을 못 쉬어 죽는데 어떻게 해. 그래도 빼?” 잠시 후 팔이 머리끝까지 올라갔다. 아까보다 더 높이. 그것을 본 남편은 아내의 목을 끌어안고 오열했다. 아내의 눈가에도 눈물이 맺혔다. 얼마나 힘들고 괴로우면 빨리 죽도록 해 달라고 할까.

사력을 다해 자신의 심정을 하소연했던 아내의 소원이 하늘에 닿았음인지 며칠 후 임종이 시작되었다. 잠시라도 편히 있기 위해 몸에 부착된 모든 튜브를 제거했다. 서서히 감기는 눈빛에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아닌, 이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편안함이 어려 있었다. “애들 걱정하지 말고 편안하게 가. 당신 고생 많이 했어. 사랑해.” 남편의 작별인사를 들으며 가족들과 봉사자들의 기도 속에서 아내는 조용히 삶을 마감했다.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었다.

박창환 신부·성모꽃마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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