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들이 꼽은 맛집]과천 갤러리 카페 ‘봄’

  • 입력 2007년 10월 19일 03시 00분


부드러운 호기 샌드위치와 담백한 터키샐러드… 자연을 닮은 웰빙 음식

10년 전 미국에 처음 갔을 때 점심을 때우기 위해 맥도널드에 들어갔다.

“포 히어 오어 투 고(for here or to go)?”

테이크아웃 여부를 묻는 비교적 쉬운 질문이었다.

“투 고(가져갈 거예요).”

뒤이어 나온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

“샌드위치 오어 밀(sandwich or meal)?”

햄버거 집에 웬 샌드위치란 말인가. 밀(meal)은 한국에서 콜라, 감자튀김 등이 함께 나오는 ‘세트’였다.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만을 주문할 때는 샌드위치라고 해야 했다. 손짓발짓을 섞어가며 간신히 주문했지만 종류가 다른 햄버거가 나왔다. 그때의 낭패감이란….

경기 과천시 갈현동의 갤러리 카페 ‘봄’에서 맛본 건 ‘진짜 샌드위치(?)’다. 이 샌드위치는 식빵보다 딱딱하고, 바게트보다는 부드러운 ‘호기’라는 빵으로 만들었다는 점이 독특했다.

‘스테이크 호기’는 얇게 썬 쇠고기와 양파, 버섯을 볶아 호기 빵 위에 얹어 나왔다. 볶은 불고기 맛이어서 양식을 싫어하는 사람도 즐겨 먹을 수 있다. 큰 빵 두 쪽에 고기랑 야채가 그득 담겨 나오는데 양이 많은 편이다. 두 사람이 샐러드 등을 추가로 주문해 한쪽씩 나눠 먹어도 좋을 듯싶다.

‘터키(칠면조) 샐러드’는 여성에게 좋은 한 끼 식사였다. 기름기 없이 담백하고 약간 짭조름한 미국산 칠면조 햄이 맛있다. 여기에 모둠 야채, 토마토, 키위, 호두 등을 넣어 신선하고 든든한 참살이(웰빙) 음식이다.


촬영·편집: 박영대 기자

식당을 처음 찾아갈 때 헤맸다. 하얀색 바탕에 ‘봄’이라고 쓴 간판이 자그맣기 때문이다. 입구는 키 큰 소나무들로 푹 싸여 있고 담쟁이덩굴 무성한 담장만 살짝 보인다. 안으로 들어가면 유럽식 2층 주택을 개조한 레스토랑에서 은은한 올리브유 향이….

실내에는 작은 그림들이 걸려 있고 푸른 정원에는 조각들이 있어 아늑하고 조용하다. 장식품인 고가구와 식탁 하나에도 조각가인 주인 부부의 안목이 엿보인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전시 작품을 바꾼다고 한다.

미국 유럽 생활을 했던 공무원과 코오롱 본사 직원들이 많이 찾는다. 공무원들에게 외국 손님이 왔을 때도 찾는 곳이다. 전원을 느끼고 싶은 서울 강남의 미시 주부도 많이 온다. 과천에는 오리고기집이나 보신탕집 등 한식집이 많기 때문에 특히 눈에 띈다.

저녁에는 찰밥이 함께 나오는 불고기 정식과 양갈비 구이도 내놓는다. 뜻이 맞는 친구들과 저녁에 와인 한잔하고 싶은 곳이다.

과천대로 정부청사에서 안양 방면으로 1km 정도 가다가 가마솥회관을 끼고 우회전해 50m 들어가면 된다. 연어 참치 쇠고기 등을 넣은 호기 샌드위치가 7000∼8000원, 터키 샐러드 1만1000원, 불고기 정식 1만2000원. 02-502-0606

맛★★ 분위기★★★ 가격★★

(★★★좋음 ★★보통 ★안 좋음)

신연수 기자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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