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 명의 장애우가 이용하는 센터에 직원은 9명의 장애우를 포함해 12명으로 비장애우의 일손이 절실히 필요했다.
푸드뱅크(생산 및 유통 과정에서 남은 식품을 기탁)를 이용하기 위한 차량 운전에서부터 장애우 식사 보조 등 고 씨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늘려 나갔다.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고 씨는 하루 종일 온갖 잡무를 처리하는 무급 ‘직원’이 됐다. 고 씨는 “보람 있는 일을 딸과 함께 하니 기쁨이 배가 된다”며 “예전에는 혜림이가 일이 힘들면 집에 와서 울기도 했는데 이제는 집에서도 상의하며 더 신나게 일한다”고 말했다.
▽3대째 봉사하는 ‘나눔 가족’=이들 모녀의 가족 나눔은 혜림 씨의 친할머니와 외할머니로 거슬러 올라간다.
혜림 씨가 나눔을 처음 접한 것은 다섯 살 꼬마였을 때 친할머니 윤태자(83) 씨를 통해서다.
국어교사로 일했던 고 씨 대신 손녀를 돌봤던 윤 씨는 고사리 같은 손녀 손을 잡고 양로원과 보육원을 다니며 “나누면서 사는 이가 마음의 행복을 얻는다”는 말을 반복했다.
혜림 씨가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던 친할머니의 말씀을 이해한 것은 초등학교 시절. 지하철에서 신발 끈이 풀린 할아버지를 본 그는 무릎을 꿇고 앉아 끈을 묶어 드렸다. 작은 일이었지만 하늘을 날 듯 기뻤던 혜림 씨는 그날의 일이 가슴에 깊이 자리 잡았다.
고 씨도 휴일이면 반찬을 만들어 보육원에 가는 시어머니를 따라 나섰다. 한복 가게를 하는 친정어머니가 베개나 이불을 만들어 어려운 이웃에게 보내는 것을 보고 자란 덕에 낯설지 않았다.
▽“가족 나눔으로 싸울 일이 없어요”=윤 씨는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씩 부천시 가톨릭대성가병원 뒤 양로원에서 빨래를 하고 노인들의 목욕과 식사를 돕고 있다.
그는 기력이 약해지기 전까지는 매일 양로원에서 봉사활동을 해 얼마 전 다니는 성당에서 ‘50년 봉사상’을 받았다.
고 씨 모녀가 “이제 우리가 할 테니 쉬시라”고 해도 “봉사를 하니 이렇게 즐겁고 건강하게 사는 것”이라며 손사래를 친다.
고 씨는 “주위에서 어머니나 딸과 다니면 친구 같다고 한다. 항상 마음이 통하니까 싸울 일이 뭐가 있겠느냐”며 환하게 웃었다.
김영호(강남대 명예교수) 한국자원복지개발원장은 “이웃을 돕는 과정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고, 이렇게 사랑을 나눈 가족이 다시 이웃에게도 사랑을 적용할 수 있다”며 “가족 나눔은 나눔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는 좋은 모델”이라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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