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종 어차, 80년 만의 행차

  • 입력 2007년 10월 23일 03시 03분


조선의 마지막 왕인 순종(純宗)과 순종비 순정효황후(純貞孝皇后)가 탔던 어차(御車)가 8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종로 행차에 나선다.

순종의 어차는 미국 GM사가 1918년 제작한 캐딜락 리무진(등록문화재 318호·사진), 순정효황후의 어차는 영국 다임러사가 1914년 제작한 리무진(등록문화재 319호)으로 국내에 남아 있는 승용차 중 가장 오래된 문화재다. 어차는 현재 창덕궁 어차고(御車庫)에 보관돼 있다.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 관계자는 22일 “28일 창덕궁에서 경복궁 내 국립고궁박물관까지 순종과 순정효황후의 어차 행렬을 재현한다”고 밝혔다. 일제강점기 순종과 순정효황후가 탔던 어차 행렬을 서울 한복판에서 재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립고궁박물관은 11월 27일 박물관 전면 개관 때 어차를 전시할 계획. 어차를 박물관으로 옮겨오면서 어차의 문화재적 가치를 감안해 대한제국 호위병의 복식을 한 의장대 등이 어차를 호위하는 행렬을 시민들에게 보여 줄 예정이다. 행렬은 오전 10시 창덕궁을 출발해 11시경 국립고궁박물관에 도착한다. 경로는 창덕궁∼종로∼세종로사거리∼세종로∼국립고궁박물관으로 잠정 결정됐다. 최종 행차 경로는 경찰과 협의해 확정할 계획이다.

이날 어차는 실제 주행은 하지 않고 특수차량에 실려 행차에 나선다. 문화재청과 현대자동차는 1997∼2001년 10억7000만 원을 들여 어차를 복원 수리했다. 문화재청은 애초 주행 가능한 복원을 검토했다가 엔진 등 사라진 부품이 많아 주행이 불가능한 상태로 복원했다.

순종의 어차는 제작 당시 20대밖에 만들지 않아 세계적으로 단 4대밖에 남아 있지 않다. 고(古)자동차 애호가들의 주목을 받는 귀중한 문화재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