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 9, 11을 보면 포석 이론이 시대에 따라 변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예전 포석 책을 보면 반대쪽에서 다가가는 것이 정수라고 돼 있었다. 왜냐하면 흑 9를 둬도 우상귀의 3·3이 비어 있어 실속이 없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최근엔 귀의 3·3보다 판을 넓게 짜는 것이 전략적으로 훨씬 낫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초반 주도권을 잡아야 하는 흑으로서는 실리에 집착하지 말고 상대방을 내 진영으로 유인해 싸움을 벌이는 편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흑 17로 참고1도 흑 1로 끊는 것은 흑 19까지 패가 나는데 백 20의 팻감이 있어 흑이 안 된다.
흑 21로 쭉쭉 밀어 올리자 백 22로 반발했는데 흑 23의 한 방이 너무 아프다. 백 22로는 역시 참고2도 백 1, 3으로 받아두는 것이 정수였다. 백은 28, 30으로 수습하기에 바쁘다. 여기까지 흑의 포석은 성공작. 흑 9, 11의 포진이 유행할 만하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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