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한 2834점외 최소 80여점 유통중”
檢 “이중섭 차남, 金씨와 공모여부 주목”
검찰이 이중섭 박수근 화백의 위작(僞作) 사건 수사에 착수한 지 2년 6개월여 만인 23일 한국고서연구회 김용수(69) 고문에 대해 사기 등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김 씨의 구속 여부가 결정되는 25일 이후 검찰은 위작 사건의 또 다른 배후나 김 씨가 추가로 유통시킨 작품의 규모를 밝혀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 씨 혼자만 관여했을까=미술계에서는 이중섭과 박수근 화백이 생전에 그린 진품을 각각 400점과 500점 안팎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김 씨가 이들 작가의 작품을 1000점 이상씩 갖고 있다고 주장했을 때부터 “터무니없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게다가 김 씨는 서양화 위작 논란을 일으키기 전에 한국 산수화의 맥을 잇는 겸재 정선과 청전 이상범의 위작 50여 점을 보유한 사실이 드러나 미술계에서 망신을 당했다.
그러나 김 씨는 2004년 11월 SBS와 ‘이중섭 박수근 미발표 전시회’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전격적으로 체결하고 준비위원장까지 맡았다. 이어 2005년 2, 3월 서울옥션에 이 화백의 위작 8점을 출품했을 때 김 씨는 이 화백의 차남 태성(58) 씨가 보유하던 작품이라고 속였다.
검찰은 당시 경매에서 낙찰된 5점의 총판매가 9억1900만 원 가운데 4억여 원이 두 차례에 걸쳐 태성 씨의 대리인 마크 하토리 씨에게 전달된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태성 씨는 “아버지가 작고 직전인 1953년 일본으로 건너오면서 가지고 온 것”이라고 했고, 이 화백의 부인 야마모토 마사코 씨도 “남편 작품이 맞다”고 뒤늦게 주장해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김 씨는 검찰에서 “태성 씨가 2005년 1월 ‘아버지의 묘지를 이장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그림을 주면 팔아서 비용을 마련하겠다’고 제의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태성 씨가 경매와 전시회 과정에서 김 씨와 공모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태성 씨 외에 또 다른 인사가 관여했는지를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김 씨가 여전히 작품을 진품이라고 주장하면서 공모 관계 등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위작 최소 80여 점은 유통”=검찰이 2005년 김 씨의 작업실에서 압수한 작품은 모두 2834점이다. 그러나 당시 김 씨의 집에서 발견된 사진 파일에는 이보다 40∼50점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SBS가 추모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김 씨에게서 전달받아 촬영해 놓은 작품 파일은 여기에 36점이 또 추가됐다.
이 때문에 최소 80여 점에 이르는 이중섭 박수근 화백의 위작이 사라졌고, 김 씨가 이 위작을 시중에 유통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추론이 나온다. 이 화백의 위작이 진품으로 둔갑해 작품당 최고 수억 원에 거래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큰 파문이 일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이중섭, 박수근 화백 위작 사건의 의문점과 미술계 의견 | |
의문점 | 미술계의 주장 |
2800여 점을 김용수 씨 혼자서 위조? | “3시간 동안 40점 위작 가능. 열흘이면 가능한 수준” |
전시회 주관사, 경매회사는 위작 사실 몰랐나? | “이미 동양화 위조로 문제를 일으킨 김 씨 보유 작품을 쉽게 믿을 수 없어. 몰랐다고 생각 안 됨” |
사라진 위작, 시중에 얼마나 유통? | “80점 이상이 유통되는 것으로 추정” |
이 화백 유족, 범행 가담동기? | “이 화백 부인은 처음에 유족이 보유한 작품이라고 하지 않다가 위작 논란 후 뒤늦게 말을 바꿨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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